천영애 시인의 '시간의 황야를 찾아서'는 우리 고장 대구·경북의 문학적 배경 다시 보기다. 저자는 문학의 배경이 된 15곳을 기행하며 변모의 원인인 시간을 황야라는 공간 개념으로 설명한다. 단어 황야가 주는 질감은 변화에서 기인한 막막함과 낯설음이다.
"글을 쓰기 위해 갔던 곳을 또 다녀오기를 거듭했지만 갈 때마다 그곳은 내가 다녀왔던 그곳이 아니었다. 시간이 변하고 있으니 공간도 변하고, 살아있는 것들도 변해갔다. 시간의 엄중함은 막막한 황야처럼 때마다 다르게 다가왔다. 전부 안다고 생각했던 문학작품과 작가와 그들이 살았던 공간은 알고 보니 전혀 모르는 곳들이었다."(서문)
배경에 다가가는 만큼 선대 문인들과 소통할 수 있으며 작품의 배경이 되는 우리 산천에서의 문학적 교감의 경험은 영속될 수 있으리란 기대와 기쁨이 글에 녹아있다.
"내가 다가가는 것만큼 그들도 가까이 다가왔다. (…) 우리나라의 산천은 모두 문학작품의 배경이 되고 있었다. 그리고 또 다른 배경이 되기 위해 후대의 문인들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233쪽)
이 책을 관통하는 서술 방법은 '들여다보며 연결 짓기'이다. 문학작품의 배경이 되는 우리 산천을 찾아서 자세히 들여다보며 몇 가지 방식으로 연결 짓는다. 과거와 현재의 '시간과 모습'을 연결한다.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그 자리에 있는 사물과 식물 등의 변화 여부를 세밀히 관찰하고 비교하며 감정을 이입한다. 문학 속에 흐르는 '감정'을 잇는다. 기행자의 무의식이 그러한 감정선을 자아낼 수도 있겠으나 그 마음도 작품에 대한 몰입의 연장선에서 생겼음이 행간에서 읽힌다.
'행동'을 연결한다. 문인의 과거 행동을 상상하며 같은 행동을 취해보고 공감하려 한다. 보이는 공간 안에서 보이지 않는 시간을 뛰어넘어 교류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문학 답사에 임하는 기본자세이기도 하다. 문학 기행에 대한 의의를 '기억'과 연결한다. 시공간이 변하면서 유한한 형체는 사라질지라도 소중한 교감을 잃지 않으려는 기억이 있으면 작품과 작가는 무한히 존재하리라 생각한다. 이 책의 결론이다.
시간의 황야를 뚫고 우리 앞에 건재한 문학의 향기를 따라 여행하고 싶을 때 이 책은 가이드북으로 적절하다. 먼저 15인의 작품을 꼼꼼히 읽어 상상력을 풍부히 북돋운 후 여행을 떠난다면 아는 만큼 보고 느끼면서 '길 위의 인문학'을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최은영 학이사독서아카데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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