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남자, 여자 그리고…

차홍길 아양아트센터 전시기획팀 주임

차홍길 아양아트센터 전시기획팀 주임
차홍길 아양아트센터 전시기획팀 주임

우스갯소리로 세상에는 3가지 종류의 인간이 있다고 한다. 남자, 여자 그리고 '아줌마'. 대부분의 여성은 '아줌마'라는 호칭을 선호하지 않는다. 억척스럽고 잔소리가 많고 강인한 이미지들을 연상시키기 때문일까.

하지만 나는 아줌마의 억척스러움은 생활력이 강한 것으로, 아줌마의 잔소리와 강인한 모습은 각종 집안일에 대해 진두지휘하며 가정을 지탱하는 이 시대의 행동파, '어머니'로 표현하고 싶다.

어머니란 단어는 듣기만 해도 수많은 감정들이 섞여 머릿속을 조용하게 만든다. 사랑, 존경, 연민 등 한 가지의 단어로 정형할 수 없는 존재인 어머니는 자식을 위해 사회와 싸우며 아줌마라는 누명을 쓰게 되는 것 같다.

예전에 시민들을 대상으로 초상화를 그려드리는 프로그램을 맡아 진행한 적이 있다. 얼굴 사진과 사연을 보내주면 미술작가가 맞춤형 초상화를 제작해주는 주민참여 프로그램이었다. 다양한 사연을 받아볼 수 있었고 초상화를 받은 시민들은 대부분 흡족하신 얼굴로 그림을 찾아가셨다. 많은 사연 중에서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것들이 있다. 중년 여성 참여자의 공통된 요구사항이었는데, 그것은 '잃어버린 나를 찾아주세요'라는 내용이었다.

여자는 엄마가 되기 전 멋진 꿈들이 가득 찬 배를 타고 항해하던 중,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되며 가지고 있던 꿈들을 모성애와 뒤바꾸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렇게 꿈과 자유란 배를 잃고 자식에 대한 생각으로 수심 깊은 곳에서 살아가기 시작한다. 누구보다 훌륭한 아이로 키우기 위해, 자식으로부터 원망을 받지 않기 위해 자신의 삶을 갈아 넣고 희생을 선택한 것이다. 그러다 사랑받지 못할 때 스스로가 한없이 작아지며 회의감이란 어둠이 엄마들을 위협하기도 한다. 엄마가 되기 위해 이토록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하는 것은 참으로 가혹한 일이다.

2021년 7월 1일 기준, 조혼인율은 3.8%를 기록했다. 조혼인율이란 쉽게 말해 인구 1천명당 새로 혼인한 비율을 뜻한다. 즉 1천 명당 결혼 건수가 4건이 안된다는 것이다. 시대가 바뀌고 문화도 변해가며 싱글도 불편함 없이 살아갈 수 있는 체계가 구축되었고, 결혼과 출산에 대한 필요성보다 최신 트렌드를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이색적인 경험을 추구하는 세대가 왔다. 인터넷과 SNS를 통해 새로운 정보를 빠르게 습득하고 계속해서 배우는 진취적인 모습으로 자신의 행복과 미래가 중요시되는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어린 나이에 너무 빨리 많은 지식을 습득하게 된 우리는 어쩌면 문화가 만들어버린 환경설정에 갇혀 인간이 나아갈 방향을 잃은 것은 아닐까.

혼인율과 출산율이 현저히 하락하는 현재 우리는 3가지 종류의 인간 중 가장 강한 존재를 잃어가고 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용감해야 하고 때론 아낌없는 희생을 할 준비가 돼야 하며, 끊임없이 줄 수 있는 사랑을 가져야 한다. 지켜야 할 것들을 위해 자신을 던진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께 작게나마 존경과 감사의 인사를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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