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카페민지(MZ)] 통창 너머로 펼쳐지는 대구의 또다른 풍경 '무화커피'

수성구 범어동 야시골공원 인근…도심 주택가·아파트·팔공산 실내서 커피 즐기며 눈 호강
해질녘 루프톱 인생샷 스폿…핸드드립용 로스팅 기계로 각기 다른 원두의 맛 극대화
드립백 세트·섬유 스프레이 다양한 굿즈 통해 '무화' 각인

무화커피 내부에서 바라본 만촌동 주택가와 팔공산. 이화섭 기자.
무화커피 내부에서 바라본 만촌동 주택가와 팔공산. 이화섭 기자.

사람들이 카페를 선택하는 데에는 다양한 기준이 있다. 커피 맛일수도, 내부의 인테리어일수도, 혹은 독특한 음료나 디저트일수도 있다. 여기에 하나 더 들어가는 것이 '카페에서 바라보는 풍경'이다. 그래서 요즘 문을 여는 카페들 중 많은 수가 옥상을 개방해 테이블을 놓는 '루프탑 카페' 형식을 취한다. 하지만 지금은 겨울. 루프탑을 이용하기에는 밖이 너무 춥다. 실내에서도 풍경을 즐기며 커피 한 잔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대구 수성구 범어동 야시골공원 인근에 있는 '무화커피'는 실내에서도 풍경을 즐기며 커피 한 잔을 즐기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최적의 카페다. 통유리창 너머로 범어동, 만촌동 주택가와 아파트 단지를 넘어 보이는 팔공산의 시원한 풍경을 따뜻한 실내에서 커피 한 잔과 함께 즐길 수 있어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은 카페다. 2020년 문을 열었지만 이미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는 유명한 곳이다.

야간의 무화커피 입구. 무화커피 인스타그램 캡쳐.
야간의 무화커피 입구. 무화커피 인스타그램 캡쳐.

◆ 야시골 공원 아래 조용하지만 강한 존재감

범어초등학교를 지나 야시골공원 옆으로 난 도로를 따라가다보면 흰색 벽에 초서체로 '무화(無華)'라고 씌여진 한자 간판이 나온다. 이 간판은 밤이 되면 벽 전체가 밝게 빛나며 존재감을 발산한다.

'무화'라는 이름이 독특해 보였다. 한자로 '없을 무(無)', '빛날 화(華)'를 쓰는데, 이 상호명에는 배진영 대표의 커피와 카페 운영에 대한 철학이 담겨져 있다. 배 대표는 "'무'에는 '없다'는 뜻도 있지만 '한계가 없다'는 뜻도 함께 포함돼 있다"며 "시민들 속에 무화커피가 '무한한 빛'으로 남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말했다.

카페 상호명처럼 무화커피 내·외부도 '무한'과 '빛'의 의미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밤이 되면 밝게 빛나는 입구 벽 간판 뿐만 아니라 내부 또한 밝은 베이지색 위주의 인테리어로 꾸며져 있다. 배 대표는 "무화커피의 기본적인 콘셉트는 휴머니즘과 인간존중에 입각한 것"이라며 "대부분의 디자인을 둥근 형태로 꾸미고 내부 인테리어 색깔이나 음악도 이에 맞게 꾸몄다"고 말했다.

그래서 대부분의 테이블과 의자들의 모서리는 둥근 형태를 띠고 있는데 이 또한 '저항이 없는' 원을 표현해 무한히 연결되는 느낌을 주기 위해서라고 한다. 또 배경음악으로 쓰는 대부분의 곡들은 첼로 연주곡이다. 바이올린이나 비올라보다는 음색이 중후하고 부드러운 첼로 음악이 커피를 즐기기에 편안하다고 생각해서다.

무화커피 내부. 이화섭 기자.
무화커피 내부. 이화섭 기자.

◆ 창 밖으로 펼쳐지는 무한한 풍경

무화커피를 유명하게 만든 건 단연 통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대구의 또 다른 풍경이다. 날씨가 좋은 낮이면 푸른 하늘과 어우러지는 팔공산과 범어동, 만촌동 주택가의 풍경이 평화로움을 느끼게 한다. 주택가 위주라 야경이 대구 시내만큼 화려하지는 않지만 평범한 일상이 만들어내는 밤 풍경이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위로를 주기도 한다.

무화커피의 석준희 매니저는 "손님들 중에는 혼자 책 한 권을 들고 와서 커피 한 잔과 함께 통유리창 밖으로 보이는 대구의 풍경을 즐기고 가는 분들이 많다"며 "3층에는 커피 관련 서적도 구비해 놓았기 때문에 커피에 대한 지식과 대구의 풍경을 커피와 함께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무화커피 옥상. 액자형 구조물은 많은 손님들이
무화커피 옥상. 액자형 구조물은 많은 손님들이 '인생샷 건지는 곳'으로 쓰고 있다. 이화섭 기자.

루프탑 층은 무화커피를 방문하는 손님들에게는 '사진 스폿'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 곳에 설치된 액자형 구조물은 무화커피에서 보이는 풍경을 배경삼아 소위 '인생샷'을 찍을 수 있는 곳으로 손님들에게 잘 알려져 있다. 날씨 좋고 미세먼지 없는 낮에는 팔공산을 배경으로, 해질녘에는 아파트 단지와 팔공산을 경계로 보라색에 가깝게 물들이는 하늘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무화커피의 드립커피. 기자가 마신 커피는 과테말라 안티구아였는데 다크초콜릿을 연상시키는 묵직한 맛과 향을 자랑했다. 사진은 무화커피 제공.
무화커피의 드립커피. 기자가 마신 커피는 과테말라 안티구아였는데 다크초콜릿을 연상시키는 묵직한 맛과 향을 자랑했다. 사진은 무화커피 제공.

◆ "시그니처는 핸드드립"이라 자신있게 말하는 카페

무화커피가 '풍경'으로 입소문을 타긴 했지만 이 곳은 커피에 정말 진심을 다한다. 2층에 제법 큰 커피 로스팅 기계를 보면 신뢰가 가는 부분이다. 이 곳의 로스팅 기계는 30㎏ 용량, 5㎏ 용량 두 가지를 쓴다. 30㎏는 에스프레소 기반 원두를 로스팅할 때 쓰고 5㎏는 핸드드립 커피 원두를 로스팅할 때 쓴다.

이렇게 로스팅 기계를 따로 두는 이유는 커피를 볶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30㎏ 용량 로스팅 기계는 열풍식 로스팅 방식으로 대량으로 커피를 볶을 수 있지만 원두에 따른 커피 맛의 개성을 살리기는 어렵다. 그래서 핸드드립용으로 사용하는 것이 직화식인 5㎏ 로스팅 기계다.

석준희 매니저는 "쉽게 비유하면 고기를 제대로 잘 달군 프라이팬에 직접 구워 맛을 살리는 방식이 직화식 로스팅"이라며 "직화식 로스팅은 커피 원두가 가진 개성적인 맛을 끌어내기 쉽기 때문에 핸드드립 원두를 볶을 때 써서 커피 원두가 가진 각기 다른 맛의 매력을 보여드리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화커피는 약 10여 종의 원두를 핸드드립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메뉴판에는 원두에 대한 간단한 설명도 있으니 맛을 고르는 데 큰 어려움은 없다. 그리고 핸드드립 커피를 주문하면 원두에 대한 설명이 담긴 작은 카드를 주기 때문에 커피의 맛을 공부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

무화커피의 다양한 음료 메뉴. 왼쪽부터 샤케라토( 쉐이커에 에스프레소, 비정제설탕, 얼음을 넣고 세게 흔들어 만든 음료), 마자그란(포르투갈씩 음료로 밑은 레몬청 위에 아메리카노를 얹은 음료), 히비스커스 에이드(히비스커스라는 허브티로 만든 탄산음료). 무화커피 제공.
무화커피의 다양한 음료 메뉴. 왼쪽부터 샤케라토( 쉐이커에 에스프레소, 비정제설탕, 얼음을 넣고 세게 흔들어 만든 음료), 마자그란(포르투갈씩 음료로 밑은 레몬청 위에 아메리카노를 얹은 음료), 히비스커스 에이드(히비스커스라는 허브티로 만든 탄산음료). 무화커피 제공.

에스프레소 기반의 커피나 차 종류도 추천할 만하다. 이 중 에스프레소, 아메리카노, 콜드브루 블랙커피의 경우 맛에 산미가 있는 지 없는 지도 선택이 가능하다. 차 종류는 프랑스의 '쿠스미'라는 브랜드의 홍차를 이용하며, 카페인 없는 차 종류도 선택이 가능하다. 특히 차 종류는 시원한 상태의 음료가 좀 더 모양이 예쁘다. 참고로 무화커피에서 사용되는 원두와 찻잎은 별도 구매도 가능하다.

커피 바에서 커피에 대한 정보를 나누는 바리스타와 손님들. 이화섭 기자.
커피 바에서 커피에 대한 정보를 나누는 바리스타와 손님들. 이화섭 기자.

◆ '커피 바'에서 바리스타와 커피 이야기를

로스팅 기계가 있는 2층에는 바(Bar) 형태의 좌석이 마련돼 있다. 이 자리에 앉으면 손님은 바리스타가 직접 커피를 내리는 모든 과정을 볼 수 있다. 평일에 바 자리에서 핸드드립 커피를 주문하면 정말 예쁜 커피잔에 커피를 내 주는데, 일부 커피잔은 소위 말하는 '명품' 브랜드에서 만든 찻잔도 있다.

이 뿐만 아니라 바 자리에서는 바리스타로부터 커피에 대한 설명을 직접 들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커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커피에 대한 몰랐던 정보들을 배워가는 재미도 쏠쏠하다. 단, 손님들이 많이 몰리는 시간대나 주말의 경우는 바리스타들이 커피를 만드느라 바쁘기 때문에 이러한 배움의 기회를 얻기 어렵다. 평일 낮 시간대를 노리면 좋다.

무화커피가 내 놓은 독특한 굿즈 중 하나인
무화커피가 내 놓은 독특한 굿즈 중 하나인 '꿈속의 달' 패브릭 스프레이. 이화섭 기자.

이 밖에도 '굿즈'라고 하는 기념판매품도 독특한 부분이 있다. 자개 모양으로 장식된 무화커피의 드립백 세트가 눈길을 끄는데 '무화'라는 이름이 한자어다보니 이 부분을 살려서 제작했다고. 또 최근 '인그리드'라는 대구 지역의 조향사와 컬래버레이션으로 만든 섬유스프레이를 출시, 눈길을 끌고 있다. '꿈속의 달'이라는 이름의 이 스프레이는 목련향과 제라늄, 박달나무의 향을 조합해 만들어 무화커피를 향으로도 기억할 수 있게끔 만들었다.

배진영 대표와 석준희 매니저는 "대구 시민들에게 무화커피가 언제든지 편히 커피 한 잔 하며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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