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반갑다 새책] 유대인, 발명된 신화

정의길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

신바빌로니아에 멸망당한 유다왕국의 백성들이 바빌론으로 끌려갔던 바빌론 포로기 시절을 나타낸 제임스 티소의
신바빌로니아에 멸망당한 유다왕국의 백성들이 바빌론으로 끌려갔던 바빌론 포로기 시절을 나타낸 제임스 티소의 '포로들의 대이동'. 인터넷 갈무리

각양각색의 민족 중에서 이처럼 오랫동안 '호불호'가 확실히 갈리는 민족도 없을 것이다. 동시에 이처럼 인류 역사에 많은 영향을 끼친 민족도 없을 것이다. 유대인 말이다.

'탈무드'로 대변되는 그들의 교육은 누구나 어렸을 때 한 번쯤 들어봤고 익혔을 내용이다. 그들의 성공 신화와 처세술 관련 책들은 대형서점 한켠을 지켜온 스테디셀러이다. 지금도 '유대인 따라하기'는 한국 출판계와 처세술 비즈니스의 주요 흐름이다.

반면 유대인은 갈등을 조장하는 '내로남불'의 끝판왕 정도로 인식되기도 한다. 유대인과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을 억압하고 중동분쟁을 키워온 세력 정도로 여겨진다. 나아가 중세 유럽의 왕실 재정에 영향을 끼친 로스차일드 등 유대인 금융자본에서 비롯한 '그림자 세력'은 항상 세계적인 음모론의 중심에 서있다.

지은이는 정의길 한겨레 기자. 그는 한겨레 국제부 선임기자로 오랫동안 국제 분야를 취재하고, 특히 중동분쟁에 천착해 '이슬람 전사의 탄생'을 저술한 바 있다. 이 책은 그가 고대부터 현대까지, 유럽과 미국, 러시아, 팔레스타인 등을 넘나들며 유대인 문제를 치밀하게 분석한 책이다.

유대인이라고 하면 주류를 이루는 신화가 따라다닌다. 고대 팔레스타인 땅에 이스라엘 통일왕국을 세워 영광을 누렸지만 로마에 의해 추방된 뒤 낯선 땅에 흩어져 살면서 많은 차별과 박해를 받았고, 2천 년만에 고향으로 돌아와 '유대 국가'를 건설했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 책은 이런 신화를 낱낱이 반박한다.

고대 이스라엘 통일왕국에서의 솔로몬의 영화는 허구이고, 실제로는 궁벽한 산악 부족 국가에 불과했고, 오늘날까지 굳건히 이어져온 유대교의 정체성 확립과 성서 제작은 바빌로니아에 의해 멸망한 뒤 바빌론으로 끌려간 남유다 왕국의 엘리트 유민들에 의해 본격적으로 이뤄졌다고 설명한다. 팔레스타인에서의 유대인 추방에 대해서도 로마에 의해서가 아니고 애초에 다양한 지역에 살던 토착 주민들이 유대교로 개종한 결과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역사적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 신화는 기독교 문명 세계가 유대인을 박해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졌다고 지은이는 주장한다. 기독교 문명 세계가 '우리' 기독교도를 더욱 단단히 결속할 목적으로 유대인이라는 타자를 발명했다는 것. 기독교 문명 세계는 유대인을 '예수를 거부한 죄로 저주받고, 천한 신분으로 떨어진 자들'로 규정하면서 유대인을 '소수자'로 전락시켰고, 유대인들도 자신들이 고향에서 '유배'됐다고 주장했다. 유대인들은 기독교 세계 내의 소수자로 겪는 고난에 종교적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결국 '선택된 백성'으로 탈바꿈했다는 것이다.

모두 14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유대인에 대한 방대한 스토리를 담고 있다. 이 책을 통해 평소 유대인에 대한 선입견을 가졌던 독자라면 편견을 깰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467쪽, 2만4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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