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기영 전재산은 62만원, '생활비 조달'이 연쇄살인 목적?

이수정 "남의 신분을 도용해 남의 재산으로 삶을 영위하는, 약탈하는 삶의 방식"

4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부경찰서에서 동거녀와 택시 기사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이기영(31)이 검찰로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4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부경찰서에서 동거녀와 택시 기사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이기영(31)이 검찰로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전 동거녀와 택시기사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이기영(31)의 체포 직전 전 재산이 62만원정도였던 것으로 4일 알려졌다.

경찰이 이기영에 대해 금전 목적 범행 가능성을 높게 보고 강도살인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한 것을 비롯, 이기영의 지난 범행 곳곳에서 '돈' 내지는 '생활비 조달'이라는 키워드가 발견된다.

▶경기 일산동부경찰서는 이기영을 이날(4일) 강도살인 혐의로 검찰에 넘겼다. 원래는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이기영을 구속했지만, 이기영의 재산 상황 등 정황이 금전 목적 범행의 뉘앙스가 짙어 강도살인 혐의를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기영은 지난해 12월 20일 오후 11시쯤 음주운전을 하다 택시와 접촉사고를 내고는 60대 택시기사를 "합의금을 주겠다"며 경기 파주시 자신의 집으로 유인, 둔기로 살해한 후 시신을 옷장에 은닉한 혐의를 받는다.

그런데 당시 이기영에게는 택시기사에게 줄 수 있는 합의금이 사실상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이기영의 통장 잔고는 17만원이었고, 이에 더해 교통사고 발생 4개월 전(8월)에 살해한 전 동거녀로부터 받은 반지를 되팔아 가진 현금 45만원을 보유하고 있었다. 즉 통장 잔고와 현금을 합친 62만원이 전재산이었던 것.

이기영은 합의금을 주기는커녕 되려 이를 미끼 삼아 택시기사 명의로 수천만원 규모의 대출을 받았다. 자신의 지문을 택시기사 스마트폰에 등록해 모바일뱅킹으로 4천500만원정도의 비대면 대출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경찰이 일반살인죄보다 판결 형량이 더 많이 나올 수 있는, 금전을 노리고 사람의 목숨을 해친 강도살인죄를 적용한 것이다.

▶이처럼 현재까지 알려진 2명(전 동거녀, 택시기사)에 대한 살인이 모두 '돈'과 연결(전 동거녀로부터 받은 반지를 되 판 현금 45만원, 택시기사 스마트폰을 이용한 비대면 대출 4천500만원)된 것인데, 이에 대해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지난해 12월 2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이 사람(이기영)의 삶의 방식이 남의 신분을 도용해 남의 재산으로 삶을 영위하는, 약탈하는 삶의 방식을 갖고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또 1월 4일 같은 방송에서도 "만약 택시기사가 사망한 사건으로 검거되지 않았으면, 이런 사람들은 계속 범행을 저지를 수도 있고, 또 전 동거녀가 사망한 이후에 택시기사의 신용카드를 절취할 때까지 기간이 꽤 길었다"면서 "그러면 그 생활비 조달을 어떻게 했을까 생각해 보면 이 사람 씀씀이로 추정해 볼 때 생활비에 쪼달렸을 것이다. 그러니까 (생활비 조달을 위해)또 다른 희생자(를 상대로 범행을 저질렀을 것)를 염두에 두고 경찰이 DNA(유전자)가 나올 수 있는 집안의 모든 물건을 국과수(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낸 것으로 보인다"고 최근 경찰이 이기영의 집 혈흔 등을 국과수에 분석 의뢰한 것을 가리켰다.

이기영과 관련해서는 전 동거녀의 신용카드를 전 동거녀 살해 직전까지 사용한 것, 이 카드값이 연체되면서 전 동거녀 소유의 집에 1억원정도 가압류가 들어간 것 등이 알려지기도 했다. 즉, 전 동거녀로부터 더는 금전적 지원을 얻을 수 없는 상황이 이기영에게 범행을 선택케 했다는 추정도 가능한 부분이다.

유영철, 강호순, 정남규 등 2004~2008년 연달아 등장해 국민들을 공포에 떨게 한 연쇄살인범들의 경우 '살인' 그 자체에 집중했던 것과 비교, 현재까지 알려진 것만 따지면 이기영의 범행들은 금전 목적이 꽤 짙다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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