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광장] 아, 테스형!

김건표 대경대 연극영화과 교수(연극평론가)​​

김건표 대경대 연극영화과 교수(연극평론가)
김건표 대경대 연극영화과 교수(연극평론가)

코로나19가 대한민국을 강타하고 정점을 향할 무렵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영업 감소로 폐업 사태는 줄을 이었고, 한국 경제도 위기 상황으로 전환되었다.

문재인 정부의 6·19 부동산 대책 이후에도 전국 아파트값은 고공비행을 하고 비트코인이 인간의 욕망을 파고들 무렵 가수 나훈아는 방송사가 언택트로 마련한 한가위 대기획 '2020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를 통해 신곡 '테스형'을 발표했다.

국민들은 '그저 와준 오늘이 고맙기는 하여도, 죽어도 오고 마는 또 내일이 두렵다아! 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 왜 이렇게 힘들어'라는 노랫말에 시대를 진단하는 나훈아의 은유에 환호했고, 노래 한 곡으로 위로받기도 했다.

'테스형'이 발표된 지 2년이 지났고, 2023 계묘년(癸卯年)의 대한민국 사회는 '한바탕 턱 빠지게 웃을 정도'보다는 여전히 '죽어도 오고 마는 또 내일이 두려운' 시간을 체감하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IMF 외환위기와 2008년 세계 금융위기보다 강력한 경제위기가 본격화될 수 있다고 예고했고,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인플레이션 지속과 글로벌 고금리 등의 악재로 2023년 세계 경제성장률을 2.7%로 전망했다. IMF와 세계금융위기 이후 최저 성장률을 예고한 셈이다. 서민들의 현실 경제 체감온도는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의 상승 온도를 버티지 못하고 있다. 자장면(15.4%)과 김밥(13.5%)은 지난해 12월보다 두 자릿수로 뛰었다. 국민 대표 간식 '붕어빵'은 물가 폭등으로 1, 2개에 1천 원인 귀하신 '금붕어'가 됐다.

주택담보대출과 가계대출 이자 부담은 9%까지 올라가고 있고, 저금리 대출 이자로 고객 관리를 하던 국내 대표적인 인터넷 뱅크도 두 자릿수 이자율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똑똑한 한 채, 재테크'를 대출로 마련한 분들의 이자 비명에 부동산 시장은 거래절벽이다.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 대상 지역인 서울 강남 3구와 용산을 제외한 규제 지역을 해제해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높여도 연착륙 골든타임을 놓쳐 버린 고금리 시대 규제 완화 카드는 부동산 시장 침체 분위기를 극히 제한적인 반등으로 나타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부동산 시장 위축, 3고 시대, 세계 경제의 강력 한파에도 정부 정책은 서민들의 체감온도를 겉돌며 한발 늦은 속도를 내고 있다. 당원 투표 100%로 치러지는 여당의 차기 당권 주자들은 '윤심 잡기'에 총력전을 기울이고 있고, 대통령은 중대선거구제를 띄우고 있다. 야당은 이재명 당 대표 사법 리스크를 정면 돌파하고 있는 모양새다. 협치와 정치적 양보 없는 여·야의 강 대 강 구도 정치 승부의 주도권 혈투는 보수와 진보를 견고하게 결집하는 효과를 보면서도 갈등과 분열의 초침은 빨라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 북한의 무인기 침범과 새해 첫날 동해상 탄도미사일 도발에 남북 관계는 '도보다리 평화'의 시간에서 초긴장 국면으로 전환되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의 영토 재침범 시 9·19 남북 군사합의 효력 정지를 검토하라고 국가안보실에 지시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폭격 소리가 들려오는 상황에서 국민들은 불안하고 경제 한파에 몸은 떨고 있다. 대한민국 사거리는 국내와 세계 경제, 남북 관계로 막혀 있고 마지막 두 길은 소란한 국내 정치와 국민들 한숨으로 길이 안 보인다.

나훈아의 테스형은 2020년 신곡이 아니라 2023년에 발표한 신곡처럼 들린다. '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 왜 이렇게 힘들어' 하면서도 버틸 수 있는 것은 대한민국 국민은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교토삼굴'(狡兎三窟)의 지혜를 가졌기 때문이다. 테스형,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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