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윗선’ 손 못 댄 특별수사본부의 이태원 참사 수사

이태원 참사를 수사 중인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을 다음 주 불구속 송치하면서 사실상 수사를 마무리하려 한다. 경찰 안팎에선 특수본이 행정안전부와 서울시, 경찰청장 등 '윗선'의 책임은 묻지 않고, 서울경찰청장에서 '꼬리 자르기'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물론 행안부 등에 법적 책임을 묻기에는 현행법상 한계도 있었을 것이다.

특수본 관계자는 5일 브리핑에서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받는 김광호 서울청장, 최성범 용산소방서장, 류미진 전 서울청 인사교육과장(총경), 정 모 전 서울청 112상황3팀장을 다음 주쯤 불구속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 서장은 참사 당시 안전근무 책임자로서 근무 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는 혐의를 받는다. 김 서울청장은 사전에 핼러윈 축제 당일 이태원에 인파가 몰릴 것이라는 보고를 받는 등 사고 예견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에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특수본은 행안부와 서울시, 경찰청에 대해선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려운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린 듯하다. 재난에 대한 국가기관의 재난안전관리 체계를 행안부-광역자치단체-기초자치단체 등 3단계로 규정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라 행안부와 서울시 등 상급 기관에 대해선 이태원 참사에 대한 구체적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봤다. 실제로 이상민 행안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 윤희근 경찰청장은 소환 조사를 받지 않았다.

특수본이 159명이 숨진 대형 참사에 대해 3개월 가까이 수사를 했지만, '윗선'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이는 특수본의 한계와 무관하지 않다. 특수본은 관련 기관의 부실 대응에 초점을 맞춰 법적 책임을 규명하는 데 주력했을 뿐이다. 이제 국민들의 관심은 여야 합의로 오는 17일까지 열흘 연장된 국회 국정조사에 쏠려 있다.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당일 현장 대응 ▷사전 대비 ▷참사 발생 후 수습·복구의 적절성 여부 등 규명해야 할 문제가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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