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아 복권 구매점을 찾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실직, 물가상승 등 저마다의 사연을 품은 시민들이 구매행렬에 동참하면서 판매액도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복권 수요 증가가 장기 불황의 신호탄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7일 정오쯤 대구시 서구 평리동에 위치한 한 로또 판매점 앞은 낮부터 복권을 구매하려는 손님들로 긴 줄이 늘어섰다. 해당 판매점은 차를 타고 오는 손님들을 위해 2년 전부터 주차장을 따로 마련하고 주차 담당 직원 2명도 고용했다. 주차 안내 직원은 "보통 토요일 저녁 6시쯤 사람들이 많이 오는데, 심하게 막힐 때는 인근 버스정류장까지 차가 밀려 안쪽으로 안내한다"고 귀띔했다.
시민들은 각자 자신만의 사연을 안고 로또 판매점을 찾는다. 4개월 전부터 이 복권판매점을 꾸준히 이용해 온 장모(59) 씨는 "지금 직장에 다니고 있지만 가스비, 식품, 보험까지 안 오른 게 없어 힘들다"며 "얼마 전 3등에 당첨된 후로는 계속 오고 있는데, 1등에 당첨돼 아들 중고차를 새 차로 바꿔주는 게 꿈"이라고 전했다.
지나가다 잠깐 판매점을 들렀다는 이근의(28) 씨는 "라면부터 커피, 생필품까지 다 올랐는데, 주식과 비트코인은 당장 오르지 않을 것 같다"며 "지금의 불황이 최소 10년은 갈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고 불안함을 토로했다.
같은 날 오후 2시 달서구 송현동의 로또판매점도 가게 안이 손님들로 북적였다. 최근 직장을 잃고 이 판매점을 찾은 A씨는 "기업 상황이 나빠져 다시 일자리를 구하기 힘들 것 같다"며 "당장 먹고사는 게 힘들어 한 달에 1,2번씩은 복권을 사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 판매점 주인은 "매출을 정확히 공개하긴 어렵지만, 모두가 어려웠던 시기에도 판매가 줄지 않았던 게 복권"이라며 "예전에는 나이 많은 남성들이 많이 찾았지만 지금은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온다"고 말했다. 바로 옆의 호두과자 가게도 "로또판매점에 유동인구가 많아 장사에 도움이 된다"고 말할 정도였다.
실제로 복권판매액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 직전인 2019년에 이미 연간 판매액 4조원을 돌파했으며, 2020년에는 4조7천억, 2021년에는 5조1천억으로 해마다 고공행진 중이다. 아직 집계 중인 2022년과 다가오는 2023년 판매액도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임규채 경북연구원 경제산업연구실장은 "환율, 원자재, 금리까지 오르니 서민들은 가격이 비싸 물건을 안 사고, 이를 통해 기업이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며 "복권 수요가 늘어나는 건 경기 위축의 신호탄으로, 2025년까지 이런 현상이 계속 나타나면 10년 장기불황에 진입했다고까지 생각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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