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보] 불 난 부산 서면베르빌 오피스텔 주차타워, '알루미늄복합패널' 쓴 드라이비트 공법 건설

9일 오전 부산진구 한 오피스텔 주차타워가 불길에 휩싸여 있다. 1시간여만에 큰 불이 잡혔지만 상가 건물로 불길이 번져 소방당국이 진화중이다. 연합뉴스

9일 오전 부산진구 한 오피스텔 주차타워가 불길에 휩싸여 있다. 1시간여만에 큰 불이 잡혔지만 상가 건물로 불길이 번져 소방당국이 진화중이다. 연합뉴스

9일 오전 부산진구 한 오피스텔 주차타워가 불길에 휩싸여 있다. 1시간여만에 큰 불이 잡혔지만 상가 건물로 불길이 번져 소방당국이 진화중이다. 연합뉴스

9일 새벽 불이 나 낮이 된 지금도 진화 작업이 지속되고 있는 부산시 부산진구 부전동 서면베르빌 오피스텔 주차타워가 외벽이 화재에 취약한 '드라이비트(Dryvit)' 공법으로 건축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소방재난본부와 부산진구 등에 따르면 이 오피스텔 건물은 지난 2004년 준공됐는데, 당시 외벽에 쓰인 단열재가 가연성 소재인 알루미늄 복합 패널인 것으로 파악됐다.

(9일 '스티로폼'으로 알려졌으나, 10일 감식 후 알루미늄 복합 패널로 정정)

이 때문에 화재 당시 불이 순식간에 외벽으로 타고 확산했다는 분석이다. 화재 발생 직후 사진을 보면 외벽 상당 부분이 불에 휩싸여 있다. 불은 외벽 아래서 위로 번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드라이비트 공법은 지난 2015년 1월 10일 경기 의정부 대봉그린아파트 1층 주차장 화재(4명 사망, 125명 부상) 당시 사고를 키운 원인이라는 비판이 제기된 데 따라, 같은 해(2015년)부터는 6층 이상 건물에 대한 시공이 법으로 금지되기도 했다. 2009년부터 30층 이상 건물에 대한 시공이 금지됐던 게 좀 더 강화된 것이다. 다시 말해, 2009년 전에는 관련 규정 자체가 없었다.

하지만 2년여 후인 2017년 12월 21일 충북 제천 스포츠 센터 화재(29명 사망, 40명 부상) 때 역시 건물이 드라이비트 공법으로 지어져 사고를 키웠다는 비판이 나왔다. 건물주는 해당 사고와 관련해 안전관리에 소홀한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2019년 5월 대법원에서 징역 7년에 벌금 1천만원을 확정받았다.

이어 불과 1개월 뒤인 2018년 1월 26일 발생한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47명 사망, 112명 부상) 역시 드라이비트 공법으로 지어진 건물의 가연성 소재가 곧 대량의 유독가스를 발생시켜 사망자 수를 늘렸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병원 건물이 1992년 준공된 이후 수차례 불법증축이 이뤄지면서 내화·방화구조 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던 것으로 수사 결과 드러나기도 했다. 이에 이 병원 이사장은 2019년 12월 대법원에서 노후 건물을 방치해 화재 발생 또는 피해 확산을 방지하는 주의 의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징역 8년에 벌금 1천만원을 확정받았다.

▶이처럼 드라이비트 공법의 문제점이 부각하자 전국 각 지자체가 드라이비트 공법으로 지어진 건물 전수조사를 한 바 있다.

하지만 법이 강화되기 전에 지어진 건물들에 대해서는 물리적으로 별다른 조치를 할 수 없었고, 화재 예방이 거의 유일한 대응책인 상황이다.

이번에 사고가 난 서면베르빌 오피스텔 주차타워 건물 역시 관련 규정 자체가 없던 2009년 전에 지어져 마찬가지 맥락에 있다.

불이 난 건물은 지하 3층에 지상 23층 규모로, 552가구 주민이 살고 있는 오피스텔과 주차타워가 붙은 구조인데, 자칫 주차타워 전체를 화마가 감싸며 사람들이 살고 있는 주거지로 화재가 확산할뻔했다.

다행히 주차타워와 오피스텔 안에 스프링클러 장치는 갖춰져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9일 오전 부산진구 한 오피스텔 주차타워에서 불이나 인근 상가로 번져 소방대원이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불은 1시간여만에 초진 됐지만 인근 상가 건물로 번져 소방당국이 진화 중이다. 현재까지 연기흡입 외 중상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연합뉴스

9일 오전 부산진구 한 오피스텔 주차타워에서 불이나 인근 상가로 번져 소방대원이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불은 1시간여만에 초진 됐지만 인근 상가 건물로 번져 소방당국이 진화 중이다. 현재까지 연기흡입 외 중상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연합뉴스

9일 오전 부산진구 한 오피스텔 주차타워에서 불이 나 연기로 뒤덮혀 있다. 불은 1시간여만에 초진됐지만 인근 상가 건물로 번져 소방당국이 진화중이다. 현재까지 연기흡입 외 중상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연합뉴스

▶불은 이날 오전 6시 32분쯤 최초 신고 접수에 따라 진화 작업이 이뤄져, 이날 오후 2시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

소방당국이 50여분 만인 오전 7시 32분쯤 큰 불길을 잡긴 했지만, 숨은 불씨가 모두 확인돼야 공식적인 진화 판단이 나올 전망이다.

앞서 소방당국은 대응 1단계를 발령해 불을 끄다, 화재 불티가 인근 상가 건물로 옮겨붙자 대응 2단계를 발령하기도 했다.

대응 1단계는 관할 지역 소방 인력이 모두 출동하는 대응 단계이고, 대응 2단계는 관할 소방서와 인접 소방서를 포함한 5~6곳 소방서에서 인력과 장비를 동원하는 대응 단계이다.

현재까지 36명의 연기 흡입, 7명의 어지럼증 등 경상이 확인됐다. 또 오피스텔 20층에 거주하는 3가구 등이 구조됐다. 아울러 인근에서 수십명 주민 대피가 이뤄졌다.

주차타워 내부 차량 피해 대수 등은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았다. 소방당국은 진입상 어려움으로 현재 주차타워 내부 상태를 상세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이를 비롯해 정확한 화재 원인 및 최초 발화 지점 등은 내일인 10일 소방당국과 경찰,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등의 합동감식을 통해 밝혀질 수 있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