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부부 상의 탈의 그림 걸었다…'野의원 12명 주관' 전시회 기습 철거 논란

개막 하루 전날 국회사무처 철거 요청 "특정 개인·단체 비방 시 허가 안 해"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풍자하는 '굿 바이 전 인 서울'에 전시 예정이던 그림. 페이스북 캡쳐

국회의원회관 로비에 9일 오후부터 전시 예정이던 '굿바이전 인 서울'이 개막을 하루 앞두고 주최 측과 국회사무처 간 실랑이 끝에 결국 철거됐다.

서울민족예술단체총연합과 굿바이전시조직위원회가 주최하고, 12명의 의원들(더불어민주당 10명, 무소속 2명)이 공동 주관하는 이번 전시회에는 작가 30여 명의 정치 풍자 작품이 전시될 예정이었다.

전시 작품 80여 점 중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나체로 김건희 여사와 칼을 휘두르는 모습 등이 담긴 작품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은 개막 하루 전날 국회사무처가 전시를 공동 주관한 야당의원실에 자진 철거를 요구하는 공문을 세 차례에 걸쳐 보내면서 불거졌다.

전시회는 애초 국회 측으로부터 허가를 받은 상태였으나 국회사무처가 입장을 바꾼 것이다.

국회사무처가 철거를 요구하며 근거로 든 조항은 '국회의원회관 회의실 및 로비 사용내규'의 제6조 5호이다.

공문에 따르면 "특정 개인 또는 단체를 비방하는 등 타인의 권리, 공중도덕, 사회윤리를 침해할 수 있는 회의 또는 행사로 판단되는 경우 로비 사용을 허가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으로, 시정요구와 철거는 민주당 출신 이광재 국회 사무총장 명의로 이뤄졌다.

의원실이 자진철거 요청에 응하지 않자 국회사무처는 전날 밤 직접 철거에 나섰다.

전시회를 공동주관한 의원들은 '무단 철거'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 소속 강민정·김승원·김영배·김용민·양이원영·유정주·이수진·장경태·최강욱·황운하 의원과 무소속 민형배·윤미향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전시회 취지는 시민을 무시하고 주권자 위에 군림하려는 정치권력, 살아있는 권력 앞에 무력한 언론권력, 권력의 시녀를 자처하는 사법권력을 신랄하고 신명나게 풍자하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회사무처는 이 같은 다짐을 무단철거라는 야만적 행위로 짓밟았다"며 "국회사무처는 풍자로 권력을 날카롭게 비판하겠다는 예술인의 의지를 강제로 꺾었다. 국회조차 표현의 자유를 용납하지 못하는 현실이 부끄럽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