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의 도서관 부족이 심각한 가운데 특히 인구가 적은 영양, 군위, 영덕 등은 '도서관 낙후 지역' 수준이다. 문화퇴행을 막고자 공공도서관을 늘려 평생교육의 장이자 복합문화공간을 제공하고, 지역 밀착형 작은도서관도 곳곳에 설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도서관까지 도보 3시간…나도 자녀도 책과는 멀어"
올해 대구시 편입을 앞둔 경북 군위군은 공공도서관 1곳, 작은도서관도 1곳뿐이다. 산으로 둘러싸여 마을 간 교통이 불편한 데다, 인구 상당수가 고령층이라 도서관이 필요 없다는 이유로 사실상 손을 놓은 모습이다.
지난해 군위군 인구 2만3천340명 가운데 60세 이상은 1만3천210명으로 과반(56.6%)을 차지했다.
도서관을 가장 활발히 이용할 것으로 보이는 20세 미만 유소년은 1천487명(6.4%), 20~30대는 2천69명(8.9%)에 머문다. 40~50대도 6천34명(25.9%)으로 적은 편이다.
지역민들은 쉽지 않은 도서관 접근성 탓에 책과 먼 삶에 익숙한 모습이었다.
군위군 효령면 한 50대 주민은 "군위에는 30년 넘게 운영한 삼국유사군위도서관이 있지만 군청이 있는 읍내까지 나가야 한다. 도서관까지 도보로 3시간, 차로 15분은 가야 해 나는 물론이고 초등학생 자녀들도 책과 친밀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북 시군들은 인구나 지역 여건에 따라 도서관 개수에서 큰 편차를 보였다.
공공도서관은 독서를 통한 인문학·교양 향상 기능을 넘어 강좌나 공연, 평생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며 지역민 결집 등 복합커뮤니티 역할을 겸한다. 지역 고유의 기록을 보존하는 역사적 기능도 크다.
작은도서관 역시 공공도서관이 닿기 어려운 지역 곳곳에 가지처럼 뻗어 도서 대출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독서 수요를 충당해 준다.
도서관이 적다는 것은 해당 지역에서 이 같은 기능이 크게 떨어짐을 뜻한다.

문체부 '공공도서관 건립운영 매뉴얼'은 각 지역은 공공도서관 중앙관 1곳을 두고서 ▷대도시(인구 50만명 이상)는 인구 6만명마다 ▷중소도시(인구 10만명 이상)는 4만명마다 ▷농어촌지역(인구 10만명 미만)은 2만명마다 분관 1곳을 추가할 것을 권한다.
문화체육관광부 국가도서관통계시스템의 2021년 기준 경북 도서관 현황을 보면 공공도서관 경우 포항(10곳), 경주(7곳), 안동(6곳), 문경(5곳) 등 인구가 많은 지역일수록 그 수도 많았다.
반대로 군위, 영양, 영덕, 봉화, 울릉 등 인구가 적은 지역은 공공도서관이 각 1곳에 그쳤다. 당시 기준 대도시인 김천마저도 공공도서관을 단 1곳 뒀다.
문체부 권고에 따르면 김천(권장 4곳·설치 1곳, 이하 동순)과 구미(11곳·7곳), 영천·상주(각 3곳·2곳), 경산(7곳·3곳), 군위(2곳·1곳), 성주(3곳·2곳), 봉화(2곳·1곳) 등은 도서관 부족 지역이다.
작은도서관은 지역에 따라 감소세가 뚜렷하거나 수가 극히 부족했다.
포항의 작은도서관은 2015년 56곳에서 2021년 47곳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영주는 9→6곳, 군위는 2→1곳, 봉화는 8→3곳으로 각각 감소했다.
군위, 청송, 영양, 영덕, 청도, 고령, 성주, 봉화, 울릉 등은 작은도서관이 5곳 이하였다.

◆'노인 인구 절반' 문경, 도서관 수요 높은 "열독 도시"
경북 시군 경우 면적이 넓어 주민 접근성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만큼 공공 및 작은도서관을 확충해 문화복지를 늘리고 지역민 삶의 만족도 또한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 도서관을 확충하고 잘 운영하는 곳일수록 지역민 만족도가 높았다.
문경시는 인구 7만명에 60세 이상 인구가 3만여 명(43.2%)이나 되지만 시와 교육청이 운영하는 공공도서관 5곳, 작은 도서관 9곳(개인 운영 2곳 포함)을 갖췄다.
문화체육관광부 '공공도서관 건립운영 매뉴얼' 권장 기준에 따르면 중소도시인 문경시는 공공도서관을 2곳(지역 중앙관과 분관 각 1곳)만 갖춰도 되지만 이를 3곳 웃돈다.
문경시립모전도서관에서는 일 평균 500여 명이 217권을 빌려 본다. 중앙도서관에서도 하루 평균 이용자 200여 명이 135권을 빌리는 등 이용률이 높았다.
포항·구미를 제외하면 경북 내 몇 없는 오후 10시 마감 도서관들이다 보니 공무원 시험 준비생 청년이나 공인중개사 등 자격시험 준비생 중장년의 면학 열기도 뜨겁다.
평생교육 프로그램도 활성화했다. 모전도서관은 문경서당이라 불리는 '사서삼경' 강좌와 문경문학아카데미, 꽃꽂이 교실, 서예교실 등이 인기다. 60세 이상 고령층 이용률이 약 20%나 되고, 육아 부모도 30%에 이른다.
농암면 등 7곳의 공립 작은도서관, 흥덕동·문경읍의 사립 작은도서관도 주민 가까이에서 도서를 제공한다.
문경시 한 사서직 공무원은 "도서관 이용을 갈망하는 주민들의 건립 요구가 높았고, 자치단체장들 관심도 뒤따른 덕에 도서관이 확충돼 있다"고 설명했다.

포항시도 공공도서관을 내실있게 운영해 평생학습 교실부터 놀이방, 주민화합의 장 등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 포항시 공립 공공도서관 8곳에서는 인문학 강의와 역사 탐방, 영어교육, 한국사 강론 등 모두 179개의 주민참여 프로그램이 1천601차례 운영됐다. 포항 인구의 약 10%인 4만188명이 참여했다.
포항 포은중앙도서관 3층에는 상주작가실이 있다. '도서관 상주 작가 지원사업'으로 지역 작가에게 집필 공간을 준다. 아울러 순수문학이나 인문학, 웹툰, 사진·영상, 3D프린팅, 와인 등 다방면의 전문가를 매달 초청해 강의·북콘서트를 열며 시민 역량 강화에 힘쓴다.
송영희 포항시립도서관장은 "도서관을 통해 지역민에게 인문학적·자연과학적 지식을 축적하고, 환동해 해양문화의 정체성을 체계화해 지역 문화를 기록·보존·전승하는데도 앞장서고 있다"고 말했다.
댓글 많은 뉴스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이재명, 민주당 충청 경선서 88.15%로 압승…김동연 2위
전광훈 "대선 출마하겠다"…서울 도심 곳곳은 '윤 어게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