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의대 정원 확대가 ‘필수 의료 공백’ 근본 대책 아니다

보건복지부가 9일 업무보고에서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핵심 정책으로 강조했다. 윤석열 정부가 지난 정부에 이어 의대 정원 늘리기에 나선 것은, 필수 의료 및 취약 지역 의료 공백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필수 의료는 중증·응급, 소아, 분만 등 생명과 직결된 분야이다. 이 분야는 업무 강도 및 의료 사고 위험이 높지만, 경제적 보상이 적어 의사들의 기피 대상이 되고 있다. 현재 의대 정원(3천58명)은 2006년부터 그대로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업무보고 사전 브리핑에서 "우리가 꼭 필요로 하는 분야에 의료 인력이 부족하다"며 "의대 정원 증원 정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상황을 고려해 조속히 의료계와 협의를 시작하는 등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협의 시기는 3, 4월쯤이 될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하지만 향후 과정이 순탄하지는 않겠다. 문재인 정부도 2020년 의대 정원 증원 및 지역의사제 도입을 추진했으나, 대한의사협회(의협) 등의 반발로 중단했다.

10일 의협은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이연 의협 홍보이사는 이날 "현 의료 시스템의 개선 없이 단순히 의대 정원만 확대하면 10~15년 후 의사 수가 늘어나도 정작 필요한 필수 의료 인력은 확보할 수 없다"고 밝혔다. 현재 소아청소년과, 외과 등 필수 의료 분야의 근무 환경과 처우 개선 없이 의대 정원만 확대하면, 필수 의료 기피 현상이 심해져 기존 의료 시스템이 더 왜곡된다는 것이 의협의 주장이다.

의료계 안팎에선 필수 의료 공백을 해결하려면 의대 정원 확대보다 의료수가 조정 등 유인책 마련이 우선이란 지적이 나온다. 의사 수를 늘려도 필수 의료 여건이 개선되지 않으면, 증가한 의사 인력은 '돈 되는 분야'로 진출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외과 전문의들이 전문 과목을 포기하고 피부 미용, 성형 등의 분야로 전환하는 것은 이런 현실 때문이다. 의료수가 조정 등 실질적인 보상책이 마련돼야 필수 의료가 안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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