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디 농협은 농사의 어려움에 대해 농민이 조합원으로 공동 대응하고자 만든 조직이다.
조합원인 농민은 1인 1표의 의결권을 가진다. 이러한 민주적 조직 운영의 근원을 조선시대 향약에서 찾기도 한다. 말 그대로 농협은 농촌과 농민을 위한 기구다.
향촌에 기반을 두던 농협은 1961년 기존 농협과 별도였던 농업은행과 통합하면서 그야말로 초거대 집단으로 급변했다. 이때쯤 도시에서 이르는 '은행'이 시골에서는 '농협'을 가리키게 됐다.
전국 어디에나 점포가 있어서 국가직 공무원들의 주거래 은행 1순위인 농협은행. 우리에게 익숙한 농협의 금융 부문은 농협은행과 지역농협의 지점을 모두 합쳐서 지난해 11월 기준 5천51개이며 농협 하나로마트는 2천여 개라는 점포 수를 자랑한다.
현재 농협은 재계 서열 10위인 대기업이다.
그러나 다른 대기업과는 다르게 농협은 그 독특한 조직 구조로 인해 지역에 더 큰 영향력을 미친다. 농협은 겉으로 '농협중앙회-지역본부-단위농협'의 수직 구조처럼 보이나 협동조합의 특성상 같은 '농협 간판'을 달고 있더라도 각 단위농협이 수평적 관계로 운영되고, 여기에 각 단위농협의 '조합장'이 역할을 한다.
농협주유소, 하나로마트, 농협은행 등 전체 농협 차원의 플랫폼에 각 '조합장'의 경영 철학이 보태져 농협의 사업이 이루어진다. 농민들은 농협주유소에서 기름을 넣고 농협 하나로마트에서 장을 보며 농산물의 생산·거래에 관련된 업무와 그 대금의 처리를 모두 단위농협을 통해서 한다. 지역 행사에서도 군수 다음 자리에 조합장이 앉을 정도로 조합장은 지역에서 비중 있는 역할을 한다.
이렇듯 '조합장' 자리는 지역 주민에 대해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며 지역 금융기관의 수장으로서 억대 연봉까지 받을 수 있으니 각 지역의 유지들이 탐낼 수밖에 없는 자리다.
이런 이유로 민주적 대표성이 보장되는 '선거'의 방법으로 조합장을 선출하지만 일반 공직선거보다 선거인 수가 현저히 적은 탓에 조합장 선거는 '돈 선거'로 불리며 늘 공정성 시비를 동반해 왔다.
불법 논란이 끊이지 않자 그간 조합이 자체적으로 관리하던 조합장 선거 업무가 2015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위탁됐다. 이후 통계상 금품 선거가 다소 줄기는 했으나 여전히 뿌리 뽑진 못한 채다.
지난 선거에서 한 후보자가 돈을 요구하는 한 선거인을 도저히 못 당하겠다면서 그와의 통화 녹음을 제출한 적이 있었다. 소문으로 전해지던 만연한 '돈 선거'의 실체를 접했던 충격적 사건이었다.
앞서 '농협'만을 언급했으나, '수협' '산림조합' 또한 사정은 같다. 이에 농·수·산림조합의 단위조합장을 오는 3월 8일 동시에 선출한다.
도덕적인 인물이 정치를 반드시 잘하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논리적이지 않지만, 사람을 돈으로 매수하는 후보자에게 금융을 맡길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
'돈 선거'나 하는 부도덕한 인물이 내 재산과 삶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치리라 생각하는가? 농협에 맡긴 돈이 얼마인데, 푼돈에 귀중한 한 표를 팔면 손해가 되지 않을지.
더구나 지역 선거문화가 조합장 선거로 인해 '돈 선거'로 점철된다면, 공직선거 역시 바르게 흘러갈 리 없다.
최근 뉴스를 통해 농협 관련 비리 사건들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든다. 이번 선거에서 '돈 선거'를 적극적으로 신고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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