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엔데믹 분위기가 조금씩 생겨나면서 방송가에도 해외로 떠나는 여행 프로그램들이 부쩍 늘고 있다. 하지만 이들 프로그램들 속에서 유독 눈에 띠는 게 tvN '캐나다 체크인'이다. 이효리가 캐나다를 찾은 그 이유가 각별하기 때문이다.
◆입양 보낸 강아지들 어떻게 살까
해외로 입양 보낸 강아지들은 잘 살고 있을까? tvN '캐나다 체크인'은 이효리의 이 질문 하나로 시작한 프로그램이다. 애초 방송 프로그램으로 할 생각까지는 아니었고, 진짜 개인적인 관심으로 자신이 입양 보냈던 강아지들이 궁금하고 그리워 그 곳을 찾아가보겠다고 마음먹은 게 그 시작이었다. 하지만 이를 기록으로도 남겨 자신에게는 중요한 추억이 되고 또 대중들에게도 유기견 봉사나 해외의 반려견 문화 같은 걸 알리는 것이 그만한 의미가 있겠다 싶었고, 그래서 김태호 PD에게 꺼내 놓은 이야기가 방송 프로그램이 됐다.
유기견 입양을 많이 하는 캐나다가 목적지로 세워졌고, 이효리가 국내에서 유기견 봉사를 하며 인연을 맺었던 강아지들이 입양된 집들과 연락이 닿아 방문 일정이 만들어졌다. 함께 유기견 봉사를 해왔고 이효리가 멘토나 다름없다고 한 고인숙이 이 여정에 함께 했다. 효리와 인숙이 캐나다의 강아지 입양가족을 찾는 과정을 마치 브이로그처럼 담담히 따라가는 이 프로그램은 하지만 첫 회부터 시청자들의 눈시울을 붉히게 만들었다. 효리와 인숙이 해외로 입양 보내지는 강아지들의 이동봉사를 하는 장면에서 임시보호자가 잠시 보호하며 가까워졌던 강아지를 떠나보내며 눈물을 쏟아내는 장면에서였다. 이효리가 '통곡의 기둥'이라고 부르는 곳에서 자신이 보호했던 강아지 피트를 눈물로 떠나보내며 인숙에게 "우리 피트 잘 부탁드려요"라고 오열하고, 인숙이 그 임시보호자를 꼭 껴안아 주는 장면에서 이 프로그램이 앞으로 보여줄 것이 무엇인가가 분명해졌다. 만남과 이별 그리고 그 과정이 그것이었다.
그렇게 도착한 캐나다는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광만으로도 가슴 설레게 만드는 여행지로서의 감성이 물씬 묻어나는 곳이다. 하지만 '캐나다 체크인'은 먼저 이들이 여기에 온 특별한 목적이 무엇인가를 보여준다. 호텔에서 유나라는 이름의 강아지의 임시보호자가 써 준 편지를 읽으며 울컥하는 두 사람의 모습이 그렇다. 임시보호자는 보호소 안락사 대상이었던 유나의 이동봉사자가 되어줘서 감사한 마음을 편지에 빼곡하게 적어 전해줬다.
그리고 다음 날 드디어 첫 방문한 집에서 이효리가 산이를 만나는 과정이 전해졌다. 논밭에 버려졌던 걸 구조해 보호소에서 만났던 산이는 과연 이역만리에 와서도 이효리를 기억할까. 이산가족의 상봉 현장이 주는 뭉클함이 있지만,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일 수밖에 없는 강아지의 진심은 또 다른 감동을 선사했다. 이효리가 "산이야"라고 부르자 꼬리를 흔들며 다가와 품에 안긴 것. 강아지가 이효리의 얼굴을 핥으며 좋아하고 이효리가 웃으며 눈물이 뚝뚝 떨어지는 그 광경은 입양가족을 비롯한 모두를 먹먹하게 만들었다.
◆유기견 봉사자로서의 이효리
이효리는 참 다양한 얼굴을 가진 인물이다. 여전히 무대에 오르면 화려하고 섹시한 가수임에 분명하지만, 제주도에서 이상순과 함께 소소한 일상 속으로 들어오면 너무나 평범한 보통 사람의 면면을 드러낸다. 이러한 다양한 얼굴은 여러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전해졌다. JTBC '효리네 민박'이 그 제주에서의 일상적인 이효리의 모습을 전해줬다면, '놀면 뭐하니?'는 평범한 자연 속에서의 삶을 살면서도 화려한 도시의 삶을 욕망하는 이효리의 다양한 얼굴을 끄집어냈다. '싹쓰리 프로젝트'를 통해 90년대 감성 혼성그룹 아이돌과 도시의 욕망을 가감없이 드러내는 린다라는 부캐를 끄집어내더니, 센 언니들의 조합으로 만들어진 '환불원정대'에서는 천옥이라는 부캐를 선보였다. 그러더니 김태호 PD는 '서울체크인'이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이효리가 제주에서 서울에 일 때문에 왔다가 만나는 사람들과의 일상들을 세련된 감성으로 담아냈다.
'캐나다 체크인'은 그런 점에서 '서울체크인'의 스핀오프면서 이효리의 유기견 봉사자로서의 면면을 전면에 끄집어낸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들어 다양한 리얼리티쇼가 등장하고 있지만, 이효리가 유독 주목받는 연예인이 된 건 이러한 '다양함'과 '진솔함' 때문이다. 즉 이효리는 자신 속에 있는 다양한 욕망들을 숨기지 않는다. 조용히 살고 싶은 마음과 왁자지껄하게 파티를 즐기고 싶은 마음은 이율배반적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걸 이효리는 보여준다. 우리에게는 두 마음이 모두 공존한다는 걸 그는 선선히 인정하고 그래서 그 다양한 얼굴 모두가 자신의 얼굴이라는 걸 진정성을 담아 전한다.
'캐나다 체크인'은 그래서 유기견 봉사의 인연이 되어주었고 최근 무지개다리를 건넌 순심이 이야기부터 비롯해 유기견 봉사자로서도 이미 유명한 이효리가 아니면 불가능한 프로그램이다. 그 진심이 이미 그의 삶 깊숙이 담겨 있기 때문에 이효리가 입양된 강아지를 보기 위해 캐나다까지 가는 것이 이상한 일로 보이지 않는다. 실제로 캐나다의 한 입양 가족은 이효리의 이런 여정을 수상하게(?) 여겨 처음에는 만남을 거부했다가 그 실상을 알고는 마음을 바꾸기도 했다.
◆캐나다 여행은 덤
여행은 무엇에 관심을 갖는가에 따라 보이는 것도 달리 보이기 마련이다. 강아지들에 관심을 갖고 보는 캐나다는 실제로 그 곳의 반려견 문화를 보게 만든다. 마을마다 널찍한 펜스가 쳐진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 목줄 없이 마음껏 뛰어 놀 수 있는 공간이 보이고, 바닷가에도 강아지와 산책을 즐기는 이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당연히 그런 광경들은 효리와 인숙은 물론이고 반려견 가족들에게는 새삼스럽게 다가온다. 강아지와 바닷가 산책 하나를 하고 싶어도 그런 곳이 거의 없는 국내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모습이기 때문이다.
물론 여행의 묘미 또한 빠지지 않는다. 링고가 입양된 3대가 사는 캐나다 가정집에서 마침 준비한 추수감사절 디너 파티가 주는 현지인 감성은, 마치 '효리네 민박'의 역전된 모습처럼 다가온다. 이제 이효리가 낯선 곳에서 타인의 집에 하룻밤을 머무는 이색적인 경험이 담겨서다. 또 캠핑카를 빌려 서핑의 성지라는 토피노에서 하는 캠핑은 이효리가 과거 핑클 완전체가 함께 했던 '캠핑클럽'과 겹쳐진다. 함께 하는 이가 인숙이고 그곳은 다름 아닌 캐나다지만 음식을 해먹고 불멍을 하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잡아 끈다. 물론 하룻밤 캠핑을 하는 곳에서 자꾸만 눈에 들어오는 '순심이(와 똑같이 생긴 강아지)'를 보고는 결국 눈물을 감추지 못하는 이효리의 모습에서 이 여행의 진짜 목적이 새삼스럽게 드러나지만, 이국적인 공간에서의 여행 감성 또한 빠지지 않는다.
엔데믹 분위기가 되면서 방송사들은 일제히 여행 프로그램들을 준비하고 또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유튜브를 통해 이미 리얼한 여행 영상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고 그 공간들도 전 세계 구석구석을 비춰주고 있어 이제 확실한 차별점이 없으면 성공하기가 쉽지 않아졌다. 그런 점에서 보면 '캐나다 체크인'은 대단한 시청률을 내는 프로그램은 아니지만, 해외 입양된 강아지를 찾아가 만난다는 그 분명한 콘셉트 하나만으로도 가치가 충분한 여행 프로그램이 아닐 수 없다. 물론 그것은 이효리라는 인물이 있어 가능했던 것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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