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경북 경주 보문관광단지에 있는 한 호텔 건물. 건물은 군데군데 도색이 벗겨진 채 방치돼 있다. 마당 구석엔 한때 보문호를 운항했던 낡은 유람선 2척도 흉물스런 모습으로 놓여 있었다.
1979년 개장해 특급호텔로 이름을 떨쳤던 이곳은 2015년 모기업의 부도로 폐업한 뒤 9년째 방치되고 있다. 2016년 부산의 건설업체 ㈜유림이엔씨가 이곳을 인수한 뒤 리모델링해 다시 문을 열 계획이었지만 코로나19 등을 이유로 지금껏 손을 대지 않고 있다.
이처럼 보문관광단지 내 민간 사업자의 신규 사업이 지지부진해 단지 활성화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단지 내 핵심 상업시설인 보문상가(2만5천여㎡)나 드라마 '선덕여왕' 촬영지로 유명한 신라밀레니엄파크(17만4천여㎡)도 비슷한 상황이다.
보문상가는 2019년 ㈜모다이노칩이 매입했다. 모다이노칩은 의류아울렛인 '모다아울렛'을 운영하는 업체다. 모다이노칩은 앞서 2013년 매입한 상가 인근 땅(1만5천여㎡)을 함께 활용해 대형 복합아웃렛을 조성하려 했으나 아직 착공조차 못하고 있다.
신라밀레니엄파크는 2016년 모기업의 경제적 어려움으로 파산절차를 밟으며 방치돼 왔다. 이후 2020년 2월 경주힐튼호텔 운영사인 우양산업개발이 경매로 낙찰 받았다. 당초 우양산업개발은 기존 시설을 업그레이드하고 편의시설을 추가해 다시 관광 명소로 부활시키겠다고 밝혔으나 만 3년이 되도록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렇지만 보문관광단지를 관리·운영하는 경상북도문화관광공사(이하 공사)가 이를 강제할 마땅한 방법은 없다. 공사는 지난달 22일 해당업체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열어, 업체의 애로사항을 듣고 사업 촉구를 호소한 게 전부다.
일각에선 이 같은 제도적 허점이 부동산 투기로 악용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사업자가 부지만 매입해놓고 시간을 끌며 거액의 대출을 받거나 훗날 되팔아 이득을 챙기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사업자의 빠른 착공을 유도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2000년대 초반까지는 공사가 사업자와의 계약서에 착공 기한을 특약으로 명시하고, 이행하지 않을 경우 소유권 이전을 해주지 않았다. 이후 국민권익위가 '우월적 지위에 의한 불합리한 계약'이라는 이유로 시정권고 지침을 내리면서 사라지게 됐다.
경주지역 한 인사는 "계약이란 것 자체가 쌍방 합의에 의한 것이고 악용될 우려가 있는 만큼, 사업자의 사업 이행을 유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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