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 정부와 군은 '평화를 위해 압도적 응징 태세'를 확립하겠다고 다짐했다. 일반적으로 공자는 방자에 비해 '주도권'이라는 이점을 가지고 있다. 지금껏 남북 관계를 보면 북한은 늘 잠재적 공자로서의 위치를 점하였다. 자유민주체제의 특성과 달리 북한은 현상 변경의 목표가 강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보니 북한의 장단에 맞출 수밖에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압도적 응징 태세'는 잘못된 남북 관계를 바로잡겠다는 의지로 보여진다.
지금, 코로나19로 경제난이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북한은 핵을 들고 아무리 둘러봐도 돌파구는 한국밖에 없으며, 한국 사회를 '불안'으로 몰아야 의도하는 바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2010년 연평도 포격 도발과 같은 무모한 도발을 다시 시도한다면 그 원점은 초토화될 것이므로 엄청난 응징을 각오해야 한다.
무인기 침투와 같은 '저비용 고효율의 도발에 주목'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북한군 서열 2위인 당 군사위부위원장 박정천이 해임된 것은 아마도 미사일 발사와 같은 고비용 도발이 한국사회를 흔들기는커녕 조롱거리로까지 전락한 반면, 무인기 몇 대로 정부와 군을 허둥대게 하여 정치권과 언론에 불을 지피고 일시적이나마 심리적 불안을 야기하여 그 나름 충격 효과가 있었다는 일부 여론과 관련이 있는 듯하다.
사회가 고도로 발전할수록 보호해야 할 대상은 많아지고 복잡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원인 규명을 어렵게 하거나 사이버 공간 또는 국가중요시설에 위해를 가하여 민생에 불편을 초래하고 궁극적으로 대북 정책의 수정을 강요하는, 소위 전선이 따로 없고 전시와 평시가 따로 없는 '초한전(超限戰)격 도발'은 이미 오래전부터 경고되어 왔으며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에너지, 식량, 금융, 환경 등 정부 소관부처는 물론 지자체장, 시설장은 누구 할 것 없이 안보의 중요한 요소이다. 이참에 안보를 중앙의 영역으로만 여길 것이 아니라 소관 영역을 철저히 점검해보자. 현 상황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는 것은 적절한 대안이다. 북한은 최고 존엄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극단적 반응을 보일 것이나 이는 그들만의 존엄일 뿐이다.
우리는 그간 북한의 도발로 인해 얼마나 많은 자존감의 침탈, 인명과 재산상의 피해 등 고초를 겪고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았는가. 북한이 자초한 것이며 명분은 충분하다고 본다. '남북군사합의'에 묶일 필요가 없고 굳이 파기할 필요도 없다. 군사합의는 북한에 의해 이미 폐기된 상태다.
북한의 국지적 도발에 대해서는 한국군 단독이 아니라 연합사, 유엔사와 함께 대응하는 것이 필수이다. 앞으로의 상황은 핵무기를 배경으로 하며 어떻게 진전될지 모른다. 연합사는 한반도 방위라는 막중한 임무가 있으며, 유엔사는 정전 상태를 유지하고 유사시에는 전력 제공자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다.
북한이 천안함을 폭침하고, 연평도를 포격하면서도 사태를 확대하지 못하는 것은 연합전력의 '응징에 따른 후과'와 '전쟁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라 할 것이다. 연합위기관리 차원에서 '응징의 조건과 대상, 규모와 방법'에 대한 한‧미 군 당국자 간 보다 적극적이고 긴밀한 협의가 필요하다. 동시에 북한에 의해 절름발이가 된 유엔사의 정전 기능을 회복, 강화하여 전쟁억제력을 높이고 자위권적 응징에 대한 국제적 용납성을 확대해야 한다.
다만 북한과 같이 정보가 고도로 통제된 사회는 우리의 응징 작전이 의도와 달리 자칫 내부를 결속시키는 효과를 줄 수도 있다. 따라서 분명한 '레드라인'을 설정하여 북한에 수시로 경고해야 할 것이며, 특히 유엔을 비롯한 대내외로 통고하고 적극 협력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북한 주민들이 현상을 제대로 아는 데 역점을 두고, 중국 내 북한 노동자나 한국 내 중국인들에게도 공식‧비공식 접촉을 통해 백방으로 알리는 노력 또한 필요하다.
아울러 북한의 도발 강도에 맞추어 '맞춤식 응징 목록'을 공개하는 것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2020년 북한은 남북연락사무소를 일방적으로 폭파했다. 우리를 철저히 무시한 도발이었다.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시설과 같은 강제 압류된 우리 자산의 소재를 파악해 그 목록에 포함할 수 있을 것이다.
'압도적 응징'은 '공포가 아니라 공분(公憤)을 필요'로 한다. 정치권의 몫이 매우 크다. 지난날 천안함 폭침 사건을 보자. 북한을 대변하듯 자작극이라며 국정조사를 하자고 생떼를 쓰고 정부와 군을 싸잡아 매도하는 가짜 뉴스가 SNS를 도배하며 진실을 호도하는 이런 토양에서는 공분을 기대하기 어렵다. 필자는 원자력발전소 등 다수의 국가중요시설에 대한 방호태세를 점검한 적이 있다.
만약 9·11테러와 같이 어떤 적대세력이 항공기를 납치하여 자폭식 테러를 자행하려 할 때, 대응 시간은 불과 수분에 불과하다, 과연 현장 지휘관이 민간 피해 등 희생을 감수하고 적시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을까. 안보에는 여야가 없다. 군은 오직 군사적 판단에 따라야 하며 정치적 고려나 비용은 정치권이 책임지고 적극 나서는 토양이 절실하다.
미국은 9·11테러를 당하여 거국 단결하고 거듭나는 계기를 만들었다. 차제에 북한의 도발에 대한 인식도 전환해 보자. 북한의 무인기 침투로 영공이 뚫렸다는 항간의 우려는 유사시에도 그럴 수 있다는 가정 때문일 것이다. 1941년 일본은 진주만 기습에 성공했다고 기고만장했으나 그것은 패망의 전조였다. 북한의 무인기 침투를 결코 진주만 기습에 비할 수는 없을 것이다.
과도한 논쟁이나 정쟁은 풀밭을 쑤셔 뱀을 드러내게 하는 타초경사(打草驚蛇)의 덫에 걸리는 우를 범한다. 군이 자위권 차원의 상응조치로 북측 지역에 무인기를 보냈지만 정작 북한은 조용하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정치권은 호시우보(虎視牛步)의 자세로 냉정을 되찾고 보다 의연해지길 바란다. 북한은 세습의 수렁에서 허덕이고 있으며 우리의 안보 역량은 가일층 향상되고 있지 않은가.
도전은 기회다. 2023년, 북한 노동당에 다시는 불량 행동을 하지 못하는 토대를 만들고 주민들의 행복에 합치하는 길이 과연 무엇인지 깊이 고뇌하는 기회가 되어 남북 관계를 올바르게 풀어가는 한 해가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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