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행복지수

김해용 논설주간
김해용 논설주간

남아시아의 작은 내륙국가 부탄은 국민들이 행복한 나라로 알려져 있다. '가난하지만 행복한 나라' '세계 행복도 조사에서 늘 1위인 나라' 등등. 2017년 기준 부탄의 1인당 국민소득은 3천110달러다. 부탄은 물질적 부(富)가 행복의 충분조건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는 대표적 예시인 듯하다.

하지만 부탄의 행복지수가 세계 1위라는 통념에는 근거가 부족하다. 신경제재단(NEF)이라는 영국 단체가 발표한 '지구촌 행복지수'(HPI·The Happiness Planet Index)에서 부탄이 1위를 차지했다는 국내 언론 보도가 10여 년 전에 있었다. 이 보도 이후 '부탄은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라는 인식이 검증 없이 확대 재생산됐다. 하지만 정작 HPI 발표에서 부탄은 1위를 한 적이 없다.

가장 공신력 있는 세계 행복도 조사로 꼽히는 유엔 산하 '지속가능발전네트워크'(SDSN)의 '세계행복보고서'에서도 부탄은 상위권에 오르지 못했다. 2018년 보고서에서 부탄은 97위였다. 1위는 핀란드였고 노르웨이, 덴마크 등 북유럽 국가들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부탄이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라는 인식이 퍼진 배경에는 부탄 왕실이 1972년 발표한 '국민총행복지수'(GNH) 영향도 있었던 듯하다. 당시 부탄 왕실은 자국민 100명 중 97명이 '행복감을 느낀다'고 밝힌 바 있다.

우리나라의 행복지수는 국력에 비해 많이 낮다. 2022년 세계행복보고서에 따르면 2019~2021년 기준 우리나라의 순위는 59위다. 점수는 10점 만점에 5.94점으로 1위를 기록한 핀란드(7.82점)보다 많이 낮다.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 K콘텐츠 등 국가 위상은 높아지고 있지만 국민 행복도는 그에 부합하지 못한다. 게다가 코로나19 장기화와 인플레이션, 고금리, 경기 침체 등으로 한국인의 행복지수는 최근 몇 년째 하향세다.

특히, 대구는 전국 대도시 가운데 시민 행복감이 낮다는 조사도 있다. 국회미래연구원이 조사한 2022년 대구 시민 행복감은 10점 만점에 6.51점이다. 7개 특별·광역시 평균(6.63점)보다 낮으며 순위는 6위다. 한국인들, 그중에서도 대구 사람들의 행복지수가 낮은 것은 안타깝다. 새해에는 코로나 팬데믹이 종식되고 지역 경제 형편이 좋아져 시민 행복지수도 높아지길 염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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