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제3자 뇌물죄’ 물타기하려 홍준표 끌어들이는 이재명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검찰 수사에서 성남FC 불법 후원금 유치 의혹에 대해 해명하면서 홍준표 대구시장을 끌어들이고 있다. 이 대표는 10일 수원지검에 제출한 제3자 뇌물 제공 혐의에 대한 진술서에서 "자치단체장들은 관내 기업·단체·기관·독지가들을 상대로 기부나 후원을 유치하려고 노력한다"며 "경남FC를 보유한 홍준표 경남지사는 관내 기업들에 후원(무상)을 요청해 수억 원씩 후원받아 이를 홍보했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또 인천FC를 보유한 인천시장도 같은 사례라고 덧붙였다.

홍 대구시장도 경남지사 재직 시 관내 기업들이 경남FC에 후원하도록 한 만큼 자신에게 '제3자 뇌물죄'를 적용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해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다른 단체장을 끌어들여 자신의 혐의를 벗어 보려는 물귀신 작전이자 제3자 뇌물죄의 개념에 대한 일반인들의 낮은 이해도를 이용해 자신의 혐의를 물타기하려는 꼼수라고 할 수밖에 없다.

제3자 뇌물죄가 성립하려면 '대가성'이 있어야 한다. 성남FC 후원금 160억 원은 여기에 딱 들어맞는다. 토지 용도 변경, 용적률 상향 등 특혜의 대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홍 시장의 후원 유치는 다르다. 홍 시장은 자신이 모금한 성금이 "전혀 대가성이 없는 순수한 지원금"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아무런 대가성이 없었기 때문에 당시 문재인 정권에서 샅샅이 조사했어도 문제가 안 됐다"고도 한다.

현재까지 이를 뒤집을 수 있는 '팩트'는 드러나지 않았다. 검찰도 홍 시장이 어떤 혜택을 주는 조건으로 경남FC 후원금을 유치한 것이 아닌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 이 대표가 '왜 나만 문제 삼느냐'는 식으로 홍 시장을 끌어들이는 것은 부적절을 넘어 부당하다. 홍 시장 개인에 대한 음해일 뿐만 아니라 '제3자 뇌물죄' 혐의라는 문제의 본질을 흐리려 한다는 점에서 매우 질이 나쁘다. 이 대표는 무고하다면 홍준표도 그랬지 않느냐고 견강부회할 것이 아니라 사실과 법리로 소명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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