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대구, 이제는 박물관

신형석 대구문화예술진흥원 박물관운영본부장

신형석 대구문화예술진흥원 박물관운영본부장
신형석 대구문화예술진흥원 박물관운영본부장

2022년 말 대구시 공립·등록박물관 가운데 3개 관이 새로 설립된 (재)대구문화예술진흥원 박물관운영본부로 이관됐다. 대구근대역사관, 대구방짜유기박물관, 대구향토역사관이 박물관운영본부 조직으로 통합 운영되기 시작했다. 그전까지 이 박물관들은 대구문화예술회관 산하에 있었는데, 사실상 박물관으로서 독자적 활동을 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대구시는 이번에 처음으로 독자적 박물관 조직을 갖추게 됐다.

여기서 공립박물관이란 지방자치단체가 설립·운영하는 박물관을 말한다. 등록박물관은 유물 수량·학예연구사·수장고 등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에 규정한 여러 요건이 충족돼 등록된 박물관을 일컫는다. 등록하지 않은 박물관·전시관은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역별 문화시설 통계에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등록박물관이 갖는 의미는 각별하다.

새롭게 통합 운영되는 3개 관은 모두 규모가 작은 전문박물관이다. 대구시에는 아직 공립 종합박물관이 없는 상태이다. 현재 상황을 진단해 보면 3개 관은 지역 문화를 다루는 특별 전시와 교육·문화 프로그램 개최 실적이 적고, 학술 서적 발간도 적은 편이다. 모두 개관 이후 상설 전시실 개편과 시설 환경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다. 외부의 기관 평가에서도 낮은 점수를 받아왔으며, 자연히 시민들의 관심에서도 좀 멀어져 있다. 대구시 문화시설 가운데 인지도와 위상이 가장 낮은 편이다.

이런 상황에 마주하면 박물관인의 한 사람으로서 매우 아쉬운 마음이 든다. 3개 관은 각각 그 나름의 설립 목적과 타당성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전문 인력 확보와 예산 등 제반 여건이 뒤따라주지 못해 역할이 점차 축소됐던 것 같다.

현대의 박물관은 매우 다양한 일을 수행한다.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에 박물관은 '박물관 자료를 수집·관리·보존·전시하고, 교육 및 전문적, 학술적인 조사·연구를 하며, 보존과 전시 등에 관한 기술적인 조사·연구를 하고, 강연회·연구회·전시회·발표회·감상회·답사 등 여러 종류의 행사를 개최하며, 자료 복제와 각종 간행물의 제작과 배포, 국내외 다른 박물관과의 자료·간행물·프로그램과 정보의 교환, 학예사 교류 등의 유기적인 협력을 수행하고, 평생교육 관련 행사를 주최하고 장려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박물관이 활성화되지 못한 도시의 시민들은 결국 많은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지방화 시대에 각 자치단체들은 경쟁적으로 도시의 역사 문화를 적극 홍보하고 있다. 그 중심에 박물관이 있으며, 이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최근에 대구 시민들의 역사 문화, 도시 정체성에 대한 관심도는 증가하고 있다. 박물관 역할에 대한 새로운 기대감도 갖고 있다. 이번에 박물관 조직을 갖춘 것도 이러한 추세를 반영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제 3개 박물관은 대구문화예술진흥원 소속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시작이 반'이란 속담이 있다.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지만, 계묘년 새해 박물관 구성원은 심기일전하여 대구시 박물관 활성화를 위해 출발하고자 한다. 3개 관이 각각 경상감영공원·팔공산·달성공원에 위치한 장점부터 주목하여 관람 범위를 넓히고, 지금 할 수 있는 일부터 차근차근 추진하고자 한다. 필자는 전국에서 잘 운영되고 있는 공립박물관 사례도 잘 알고 있다.

그동안 시민의 관심에서 멀어졌던 박물관을 시민에게 사랑받고 다시 찾고 싶은 열린 문화공간으로 만들고자 한다. 관계 기관과 시민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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