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도청 신도시를 공유하고 있는 안동시와 예천군이 행정구역 통합을 둘러싸고 갈등이 표출되고 있다.
하지만, 찬반을 둘러싼 양측의 대립이 대다수의 안동시민, 예천군민의 뜻이라는데는 누구도 자신있게 말하지 못한다. 그만큼 숨어있는 많은 시·군민들이 제대로 된 뜻을 표현하지 못하고 있다.
안동시와 예천군을 이끌고 있는 행정, 정치적 리더들이 선언적 통합추진과 반대에 나설뿐 지역주민들이 진정 무엇을 바라는지에 대해 묻고, 들을 수 있는 공론화의 장을 만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정경포럼'(이사장 김미자)과 '예천·안동 행정구역 통합 신도시추진위원회'(위원장 권중근) 등 순수 민간단체들이 양 지역 주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말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다.
'예천·안동 상생포럼'이다. 16일 경북도청 동락관 세미나실에서 마련된 포럼에서는 '예천·안동 통합 가능한가?'를 주제로 하혜수 경북대 행정학과 교수의 발표와 '지방소멸 이대로 좋은가?'라는 주제로 지역공공정책연구원장인 기화서 박사가 발표했다.
◆'예천·안동 통합 가능한가?' 주제로 '예천·안동상생포럼'


하혜수 교수는 주제발표를 통해 "안동과 예천은 행정구역 통합을 통해 지속가능 상생발전, 자치단체 자치역량 강화, 지역경제 발전을 이룰 수 있다"며 "통합될 안동·예천은 독수리 형상으로 누가 독수리에 날개를 달아줄 것인지, 지금부터는 예천군민들의 시간"이라 밝혔다.
한 마디로, 안동과 예천의 상생과 발전을 위한 통합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상대적으로 반대 정서가 강한 예천지역 행정과 정치, 주민들의 판단과 결정만이 남아 있다는 뜻이다.
하 교수는 지방이 처한 현실 속에서 행정구역 통합을 통해 지속가능한 발전과 경쟁력을 갖추고, 이 과정에서 나타나는 부정적 요소들의 해소방안, 통합의 주요쟁점과 추진전략 등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하 교수는 통합의 긍정적 측면으로 ▷도청신도시 건설과 상생발전 ▷면적이 1천㎢(안동·예천 통합시 2천183.6㎢)가 넘으면 인구 30만 이상 지자체 대도시 특례 등 자치권 강화 ▷구역통합을 통한 주민불편 해소 등을 소개했다.
하혜수 교수는 "안동 15만 명, 예천 5만5천 명 등 통합시 21만 명으로 도청신도시 활성화 인구를 합칠 경우 30만 명 인구를 넘게 된다"며 "엄청난 사무이양 특례를 비롯해 기구특례, 출연연구원 특례 등으로 자치권이 강화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예천지역에서 주장하는 타 시군 통합 이후 재정규모가 줄어든다는 주장에 대해 "대도시 특례 가운데 재정 특례를 얻게 된다"며 "도세의 47%에 해당하는 조정교부금 특례, 도세의 10% 범위내에 시행령으로 정하는 추가교부 등 조세특례를 통해 재정 건전성이 한층 높아 질 것"이라 했다.
그는 역사적 동질성 수준이 떨어지고, 지명상실과 단체장 축소·인구가 많은 안동시를 중심으로 한 정책추진에 따른 예천군의 흡수통합 반대 정서, 낮은 자립도 개선, 도청 신도시 주민들의 사회적 동질성 부족과 소속감 부족 등에 대해 살폈다.
하 교수는 "상생발전과 자치권 강화를 통해 흡수통합에 대한 반대 정서를 극복하고, 사회적 교류와 동질성 강화를 통해 낮은 역사적 동질성 회복, 주민불편 해소와 복지 강화를 통해 주민지지를 얻어 내는 등 통합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통합의 주요쟁점과 관련해 명칭과 청사 위치 등을 양측이 하나씩 가지는 방안을 비롯해 합의이행 담보장치가 필요함을 주장했다.
안동중심의 시정운영 우려에 대해서도 시의회 의장과 상임위원장 배분시 지역배려, 통합 후 일정 기간 동안 승진후보자 명부를 별도로 관리해 공무원 차별을 없앨 수 있다고 했다.
하 교수는 "통합 이후 국책사업과 공공시설 유치시 예천군 지역에 우선배정하고, 상생발전기금 조성, 혐오시설에 대한 주민의사 반영 등을 통해 지역내 격차를 없애면 된다"고 했다.
이어 기화서 연구원장은 '지방소멸 이대로 좋은가?'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기 원장은 한국과 일본의 선진사례를 통해 "안동과 예천을 한국형 DMO로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DMO'(Destination Marketing Organization)는 일본이 기초자치단체 단위에서 지역주민, 업계, 학계 등 다양한 구성원들로 이루어진 협력 연계망을 구성해 지역의 현안을 해결하고 발전 방안을 마련하는 광역협력조직이다.
기화서 박사는 "예천의 인구는 2016년 12월 4만6천166명이던 것이 2022년 11월 말 5만5천814명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이 시기 모든 지역이 감소하고 유독 신도시를 품은 호명면만이 5천23명에서 2만521명으로 크게 증가했다"며 "단순한 예천군 인구증가 수치로 인구감소와 상관없다고 하는 것은 위험한 생각"이라고 했다.
그는 "인구절벽과 인구감소에 부딪혀 지방소멸 위기에 일찌감치 직면했던 일본 경우 민관협력과 통합적 시책 연계로 현안 문제 돌파를 통해 해결책을 찾아 나갔다"며 "이같은 협력 노력으로 모든 지자체들이 상생하고 경쟁력을 함께 찾아나서고 있다"고 소개했다.

◆"안동시 배려 필요", "예천 주민의견 수렴 있어야" 등 토론
이날 주제발표 이후 진행된 패널들의 토론에서는 안동·예천 행정구역 통합을 둘러싸고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져 나왔다. 안동시가 통합을 위한 배려와 전제조건을 제시해야 한다는 의견과 통합에 대한 주민들의 의견을 먼저 다양하게 물어야 한다는 의견들이 오고갔다.
조경섭 전 예천군의회 의장 "통합의 문제는 어떤 것이 주민들의 삶을 더 좋게 만들 수 있을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며 "안동시는 통합을 통해 행정을 살찌울게 아니라, 주변 지자체에게 양보와 배려를 통해 '행정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해야 한다"고 반대 의사를 밝혔다.
김순중 안동시의원은 "일단 통합 논의에서 예천지역이 불리한 조건에 놓인건 사실이다. 때문에 안동시가 통합청사 위치나 명칭 등에서 먼저 예천을 배려하는 전제조건 제시가 필요하다"며 "통합 이후의 경쟁력과 지역발전에 대한 청사진을 제대로 제시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강경탁 예천군의원은 "양 시군의 행정통합에 앞서 행정 이원화로 겪는 경북도청 신도시 주민들의 행정불편부터 해결해야 한다"며 "양 시군 단체장들은 지난해 7월 취임 이후 행정구역 통합에 앞서 신도시 행정편의를 위한 공동행정사무소 설치 등에 합의했지만, 통합에 발목잡혀 나몰라라 하고 있다"고 했다.
박정민 가톨락상지대 사회복지과 교수는 "앞으로 지방정부를 유지하기 위해서 지자체의 합병추진, 즉 안동과 예천의 통합은 가능한가를 떠나 필수라 할 수 있다. 미래를 위해서는 경북북부지역 소멸지역까지 통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진영 한국농업연동센터 회장은 "통합을 둘러싸고 예천지역에서는 다양한 반대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과연 예천주민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단 한차례의 공론화도 없는 반대다. 예천도 의견수렴 절차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특히 그는 "구미 경우 신공항 배후도시 건설에 모든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는데, 안동과 예천은 경북도청을 공동으로 유치하고도 이를 활용한 미래 경쟁력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최성달 작가는 "경북도청 유치 전제가 행정통합 이었지만 15년째 지지부진하다"며 "이제는 선거구조정 등 통합을 막는 변수가 있어 명칭의 사용, 청사 위치 등 다양한 사안을 본격 이야기를 할 시점이다. 무조건 찬반이 아니라 양 지역이 모두 살 수 있는 상생방안을 도출해야 할 때"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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