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당심 100%'로 당 대표와 지도부를 뽑는 국민의힘의 전당대회 룰 변경은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다. 말 그대로 '당 대회' 아닌가. 당원들의 뜻이 가장 중요하다는 건 원론적으로 당연하다. 과거부터 모든 정당은 전당대회를 앞두고 항상 룰을 둘러싼 신경전을 벌여왔다. 전당대회 룰은 옳고 그름의 문제라기보다 변화된 상황을 반영하는 선택의 문제임을 보여준다. 여론조사 배제를 두고 민주주의의 후퇴니 선진 정치의 퇴색이니 하는 비판도 틀린 말이다. 당 대표를 이렇게 요란하게 선출하는 '정치 선진국'이 없어서 정확한 비교는 불가능하지만 미국 등에서 공직 후보자를 뽑는 오픈 프라이머리를 들어 '민심 반영'이 선진 정치임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미국은 프라이머리, 코커스 혹은 컨벤션 등으로 불리는 당원 대회로 공직 후보자를 선출하는 게 원칙이다. 무당파 참여를 허용하는 오픈 프라이머리가 있어도 정당들이 같은 날 동시에 대회를 치름으로써 이른바 역선택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한다. 어떤 경우든 직접 투표가 아닌 여론조사로 민심을 반영하는 경우는 아예 없다.
이처럼 룰 변경을 이해하는 입장이지만 그 이후 국민의힘이 보이는 모습은 도무지 납득하기 어렵다. 대선과 지선에서 여당을 지지한 민심에서 스스로 멀어지고자 애쓰는 행태라 볼 수밖에 없다. 정치도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라면 국민의힘 정치인 중 보수 정당의 지도자라거나 대한민국의 정치 지도자라고 흔쾌히 부를 수 있는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주호영 원내대표의 표현처럼 모두가 "성에 차지 않는다". 룰 변경이 결국 유승민 전 의원을 배제하려는 속내임은 누구나 안다. 그렇다 해도 유 전 의원의 처신은 박수를 보내기 어렵다. 유 전 의원의 경우 대선, 지선 당시 경선 결과에 흔쾌히 승복하고 상대를 도왔다면 지금쯤 그에게 새로운 기회가 열렸을 것이다. 대선 후에도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 비난으로 일관하는 유 전 의원에게 민주당 지지자 외에 누가 마음을 열 수 있겠는가. 당 대표가 되면 '윤핵관'을 공천에서 배제하겠다는 공언도 당혹스럽다. 당 대표 뜻에 따라 특정인 공천을 좌지우지하겠다는 발상은 자신이 당내 민주주의를 말살한다고 비판하던 사람들과 다를 바 없음을 알아야 한다. 조금만 침잠해서 "사랑도 미움도 다 제게서 나오는 것"이라는 옛 어른들의 말씀을 곱씹어 보길 바란다.
민심도 당심도 아닌 '윤심' 경쟁만 벌이는 사람들 역시 '지도자깜'이라 보기는 어렵다. 이른바 '김장연대'를 통해 대표는 순탄하게 될 수 있을지 몰라도 무조건적인 윤심 바라기는 독배가 될 가능성이 크다. 예상대로의 결과가 무슨 감동을 줄 수 있을지 의문이거니와 이처럼 잡음 없는 당 운영만이 여당 대표의 임무가 아니다. 모두가 말하듯 집권 여당으로서는 내년 총선 승리가 보다 중요한 과제이다. 전당대회부터 차 떼고 포 떼는 뺄셈의 정치, 배제의 정치를 하는 걸 보면 내년 총선 공천이 얼마나 시끄러울지 짐작할 수 있다. 나경원 전 의원을 둘러싼 논란 역시 여당의 빈약한 정치력을 보여준 한 편의 소극이다. 비상근이라 해도 저출산, 기후변화 문제는 우리의 미래를 좌우하는 중요한 사안이다. 대통령이 책임자를 맡길 때부터 전당대회를 앞둔 교통정리라는 관측이 나왔고 나 전 의원도 이를 모를 리 없었을 것이다. 당 대표 생각이 있었다면 고사했어야 하고, 일단 맡았으면 그에 전념했어야 하며, 생각이 바뀌었다면 즉각 사직하는 게 온당한 처신이다. 나 전 의원의 개인적 문제도 있지만 장제원 의원의 독설 역시 눈살을 찌푸리게 할 뿐이다. 일각의 관측처럼 김기현 대표-장제원 사무총장 구도가 되면 그의 위세가 얼마나 대단할지, 얼마나 많은 잡음을 낳을지 짐작이 간다. 정정당당한 경선이든 사전에 주저앉히든 물밑 조율 하나 해내지 못하는 집권 여당에게서 감동이나 감흥까진 기대하지 않는다. 최소한 추태는 보이지 않아야 한다. 민심보다 당심이 중요하다고 해서 민심을 외면해도 된다는 얘기는 아니다. 당내 정치부터 삐걱대는 여당에 야당과의 협치, 대한민국을 위한 큰 정치를 기대할 게 있겠는가. 정진석 비대위원장 말처럼 '친윤' '비윤' 등의 자해극부터 그쳐야 한다. 국민의힘의 대오각성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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