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해임과 해촉 사이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 부위원장과 '기후환경대사'를 겸임하고 있던 나경원 전 의원이 13일 전격 '해임'됐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브리핑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이 나 전 의원을 두 개의 직책에서 해임했다"고 공식 발표한 것이다.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는 대통령 직속 기구로 2004년 '저출산·미래사회위원회'로 첫 출범했다. 대통령 특사인 기후환경대사는 임기가 1년이다. 나 전 의원은 저출산과 고령화 및 기후환경 변화 등 중요한 국가 및 글로벌 어젠다를 관장하다가 3개월여 만에 쫓겨난 셈이다.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의 민간위원 임면은 임명하는 것이 아니라 '위촉'하고 '해촉'하는 것으로 관련법과 시행령에 규정돼 있다. 김 수석의 해임 표현은 정치적이라는 점에서 논란이 가시지 않는다.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과 시행령에 따르면 간사(부위원장)는 당연직인 복지부 장관과 대통령이 지명하는 민간위원이 공동으로 맡게 된다. 그 직책을 면(免)할 때는 해임이 아니라 '해촉'(解囑)이다. 해임은 공무원법상 '징계'의 의미를 갖는 데다 징계위 개최 등의 징계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무엇보다 대통령직속위원회 위원 임면은 임명하고 해임하는 것이 아니라 '위촉·해촉'하는 자리다.

아마도 대통령실은 전당대회에 출마하려는 나 전 의원이 대통령의 뜻에 반한다는 점을 강조하려고 '사표 수리'나 '해촉' 대신 '해임'이라는 징계성 표현을 사용했을 것이다. 김 수석이 정치에 개입하는 뉘앙스를 풍기는 용어를 의도적으로 사용했다면 대통령 뜻을 왜곡시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의 뜻이 무엇인지 알지도 못하거니와 대통령이 정치 현안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정쟁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윤 대통령도 '1호 당원'으로서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밝힐 수는 있다. 검찰총장 출신의 대통령이 관련법과 시행령의 임면 규정을 모를 리 없다. 더 큰 문제는 '호가호위'(狐假虎威)하는 '윤핵관'과 '윤심'을 파는 정치 모리배들의 과잉 대응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사로잡혀 국민 신뢰를 잃고 있는 정치적 호재에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에 대한 국정 지지율이 하락하는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대통령실과 여당은 제대로 알고나 있을까.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didero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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