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국내 송환, 음모론 제기하는 민주당

이른바 '기획 체포설'이다. 해외로 도피했던 범죄자가 국내로 송환되는데 저항이 없었다며 제기된 음모론이다. 앞뒤 분간 못 하는 철부지의 의혹 제기가 아니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자본시장법 위반, 외국환거래법 위반, 증거 인멸 혐의 등 범죄 혐의가 한둘이 아닌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의 국내 송환을 두고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획된 것이라 주장한다.

김 전 회장이 태국에서 체포되자 안 의원은 13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본인으로서는 얼마든지 방어권을 행사하기 위해서 최대한 7~8개월 동안까지 국내에 들어오지 않고서 저항권을 행사할 수 있었다"며 "어느 정도 꿰어 맞춘 그런 시나리오가 진행되고 있지 않나"라는 음모론을 펼쳤다. 이해하기 힘들다. 범죄 피의자의 도주 행각을 헌법에 있는 저항권에 빗댔다. 무지에 가깝다. 김 전 회장이 양심에 의거한 공익적 행동으로 각종 범죄를 저질렀고 이와 관련해 탄압이라도 받았다는 것인가.

김 전 회장의 해외 도피는 명백한 '도주'(逃走)다. 지금은 운동권 학생들에게 수배령이 떨어지는 시대도 아니다. 민주화운동을 하던 시절에는 범죄 혐의가 생기면 몸부터 피해 뒷날을 도모하고, 저항권을 행사하는 게 정석이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김 전 회장의 도피 행각을 그와 동일 선상에 놓는 건 무리다. 특히 김 전 회장이 해외로 도피한 때는 그의 지난 행적에 국민적 의구심이 커졌던 시기였다. 정상적인 범죄 혐의 대처 방식으로 보이지 않는다.

김 전 회장의 송환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게 쏠린 변호사비 대납 의혹 수사와 직결되는 걸 경계하는 심정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렇다 해도 일국의 국회의원이 도를 넘는 견강부회로 여론을 호도하는 것은 공분의 대상이 될 뿐이다.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공권력의 불법적 행사에 저항하는 권리가 '저항권'이다. 당수의 의혹에 대처하고자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오염시켜서야 되겠는가. 의법 처리 수순을 문제 삼지 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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