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북구 대현동 이슬람 사원 건축을 둘러싼 갈등은 지난 2년 동안 지역사회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승자 없는 갈등이 끝없이 이어지는 가운데 행정기관이 보다 적극적으로 중재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양측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을 경우 앞으로도 '돼지머리 시위' 같은 극단적 갈등 양상이 이어질 전망이다.
◆"위치가 문제" vs. "편견 거둬야"
이슬람 사원 건축지역 주민들은 여전히 주택가 한 가운데 자리 잡은 이슬람 사원을 용납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건축주는 이슬람에 대한 편견과 오해가 크다고 항변한다.
주민들은 가정집으로 둘러싸인 곳 한 가운데 다중이용시설이 들어오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고 말한다. 사원이 가져올 번잡함과 소음 등이 주민들의 평화로운 일상을 깰 것이란 우려다.
대현동 이슬람사원 건립반대 비대위 소속인 김모 씨는 "이슬람 사원뿐만 아니라 골목길 안의 다중이용시설은 용납할 수 없단 게 우리 입장"이라고 강경한 목소리를 냈다.
김 씨는 "소음이나 인파가 붐비게 되면 정주여건이 악화될 것이고, 이슬람 사원 건립으로 무슬림 인구가 계속 유입되는 상황 역시 주민들은 원하지 않는다. 이런 시설은 대로변으로 나가야 한다"고 했다.
반면 건축주 측은 주민들의 이같은 반응을 '이슬람포비아'(이슬람공포증) 현상으로 보고 있다. 주민들의 우려는 대부분 비현실적인 '기우'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무아즈 라작 경북대 무슬림커뮤니티 대표는 "주민들은 단지 잘못된 오해를 하고 있다. 오직 20~30명 정도의 학생들만 정기적으로 모스크에 방문할 것이고 100여명이 넘는 무슬림이 사원을 매번 찾아 기도문을 읽지는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또 "대구에 이미 여러 개의 모스크가 있고, 이곳에 짓고 있는 것보다 훨씬 큰 곳도 있다. 주변 무슬림들이 이곳에 몰릴 것이란 주장은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주민들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는 이슬람에 대한 혐오표현 역시 아쉬움이 크다고 했다. 라작 씨는 "주민들이 우리를 테러리스트라고 부르고, 우리 종교나 신도들에 대한 혐오가 담긴 현수막과 팸플릿도 배포했다. 우리는 주민들과 개인적으로 소통하면서 문제를 해결하고 싶지만 우리와 개별적인 대화를 못하게 막는 사람들이 있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단체장 뒤로 빠지고 미흡한 대응, 애꿎은 실무자 2명 '사표'
사건 초기 북구청의 미흡한 대응이 문제를 키웠다는 비판도 인다. 주민들의 민원을 구실로 일방적인 공사중지명령을 내리면서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초기부터 어렵게 했다는 것이다. 북구청은 소송에서도 최종 패소하면서 체면을 구겼다. "주민들의 민원이 공사중지 사유가 될 수 없다"는 법무부의 항소포기 지휘를 받았을 정도다.
문제를 해결할 리더십 역시 찾아보기 어렵다. 북구청은 그간 이슬람사원을 둘러싼 갈등 국면에서 소관부서 과장이 사실상 민원 대응을 총괄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원의 크기나 해결책 도출의 어려움 등을 감안했을 때 대응능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민원 주무부서에 있던 3년차 내외의 저연차 공무원 2명도 이번 사태가 이어지는 과정에서 사표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법적 결론이 난 이후 북구청의 중재노력도 충분치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북구청은 갈등중재 전문가 지원을 받아 지난해 5월과 6월 3차례에 걸친 '갈등관리 컨설팅 조정회의'를 열었지만 별다른 해법을 내놓지 못했다. 지난해 6~8월 '구청주관 민원중재회의'를 3번 연 것도 소득없이 끝이 났다.
대구시 역시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권영진 전 대구시장은 2021년 국정감사장에서 이 문제에 대한 질의를 받자 "북구청 단위에서 해결하기 조금 어려운 상황인 것 같다. 살펴보고 해결책을 찾도록 대구시도 나서겠다"고 답했지만, 그해 연말에는 "이 정도 문제를 북구청 자치역량으로 해결 못해서 대구시와 시장이 전면에 나설 단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입장을 바꿔 빈축을 샀다.
실질적인 대책을 내놓을 수 있는 지자체장이 적극적인 해결에 나서긴커녕 정치적 논란이나 유권자 민원을 우려해 뒤로 빠져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단 지적이 나온다. 조광현 대구경실련 사무처장은 "사표까지 냈다면 담당 실무자들이 얼마나 애를 먹었을 지 보이는 상황"이라며 "권한이 있는 '윗분'들이 책임을 아래로 미뤄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봉합책 나오나… 북구청 "대안 재모색"
대현동 이슬람 사원은 이르면 올 3월쯤 완공될 예정이라 주민들과 무슬림들 간의 직접적 충돌 우려도 커지고 있다. 주민과 건축주 간 갈등이 연말 들어 '돼지머리 시위' 등으로 격화된 데다 우파 시민단체 역시 반대 시위에 나서는 등 문제가 점점 커지는 양상이다. 후속대책이 시급한 이유다.
서창호 인권운동연대 상임활동가는 "국내 이주민 인구가 250만명에 달하고 외국인 유학생도 급증세다. 혐오나 차별행위에 대해 행정기관이 너무 안일하게 대응하고 있다. '돼지머리 시위'는 물리적 폭력만큼이나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안"이라고 우려했다.
북구청도 보다 적극적인 해법을 찾겠다는 입장이다. 주민들과 무슬림들이 평화롭게 공존할 방안을 찾는 게 우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북구청 관계자는 "지난 연말부터 건축주나 주민들 모두 다시 만나보고 있다. 돼지머리는 주민들을 대부분 설득해 1월 초에 치우기로 했는데, 일부 강경한 여론이 있어 무산됐다"며 "공사부지를 구청이 매입하고 대체 부지를 물색하는 방안도 여전히 열려 있다. 옮겨 가더라도 또다른 분란이 생기지 않을 곳을 찾는 게 쉽지 않지만 주거지와는 거리가 있는 곳을 위주로 탐색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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