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국민 외면 자초하는 국민의힘 당 대표 선출 진흙탕 싸움

국민의힘 당 대표 선출을 앞두고 나경원 전 의원이 출마 의지를 굳힌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나 전 의원과 '친윤'(친윤석열)이 한심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친윤'의 불출마 압박을 받아온 나 전 의원은 장제원 의원을 '제2의 진박(眞朴) 감별사'라고 비판하고, 장 의원은 나 전 의원에게 '제2의 유승민이 되지 말라'고 쏘아붙였다.

3·8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만 해도 '윤심'은 과하게 표출됐다고 본다. 대통령의 의중이 당원들에게 분명하게 전달됐을 것이다. 게다가 전당대회에서 '친윤' 의원들의 조직표가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다. 그러고도 '윤심'과 무관한 후보가 당 대표에 선출된다면 '도도한 당심'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나 전 의원의 처신도 적절하지는 않았다. 당권 도전 야심이 있었으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을 맡지 않아야 했다. 본인은 그 직이 인력도 예산도 부족하고, 구체적으로 성과를 내기도 힘든 자리로 생각했을 수 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중책을 '자기 정치'에 활용한다는 비판을 자초했다. 저출산 대책으로 제시한 '대출 탕감'이 그 예다.

윤석열 정부는 '대선에서는 이겼지만 정권은 교체하지 못했다'는 소리를 듣고 있다. 거대 야당에 막혀 법안도, 예산도, 대통령 공약도 뜻대로 할 수 있는 게 없다. 국민의힘이 똘똘 뭉쳐 정부를 뒷받침해도 힘에 부친다. 그런 마당에 내홍으로 힘을 빼니 딱하다. 이제라도 대통령실은 전당대회에 관여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는 행위를 삼가야 한다. 친윤계 역시 특정 인물에 대한 과도한 공격을 멈춰야 한다. 친윤의 발언은 대통령의 뜻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대표를 선출하는 과정은 정당 내부의 경쟁인 동시에, 국민들에게 밝히는 자신들의 비전과 태도이기도 하다. 누가 당 대표가 되든 선출 과정에서 진흙탕 싸움을 벌인다면 국민들은 그 과정을 흠결 많은 경기, 편파 판정이 난무한 경기로 간주할 것이다. 국민의힘은 2016년 새누리당 총선 공천 파동의 전철을 밟을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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