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은행 주담대 0.05%P 인하…'영끌족' 안도의 한숨

코픽스 11개월 만에 하락…기준금리 인상과 역주행
채권시장도 안정세 전환

17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에서 직원이 5만원권을 정리하고 있다. 시중에 풀린 현금이 170조원을 넘어선 가운데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예금 금리 상승, 코로나19 일상회복으로 인한 위험회피심리 완화 등으로 현금 선호도가 떨어지면서 증가율은 2004년 이후 18년 만에 가장 낮았다. 이날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화폐발행잔액은 174조8천622억원으로. 1년 전(167조5천718억원) 대비 4.4%(7조2천903억원) 증가했다.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최근 사상 처음으로 7회 연속 기준금리를 올렸음에도 은행권 대출금리가 내려가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금리 고공행진으로 비명을 지르던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한 사람)의 숨통이 다소나마 트일 전망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연 4.69~7.43% 수준이다. 이달 초만 해도 주담대 금리는 연 5.08~8.11%로 상단이 연 8%를 넘겼지만 2주 만에 최대 0.68%포인트(p) 내렸다. 신용대출 금리도 최근 1주일 새 상단과 하단이 0.1~0.2%p 안팎으로 낮아져 연 5.49~6.66%를 기록했다.

DGB대구은행도 금리인하 대열에 일찌감치 합류했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하루 전인 12일 기준으로 5년 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연 5.2~5.7%였다. 그런데 현재는 여기서 0.05%p 내린 5.15~5.65% 수준"이라면서 "은행권의 대출금리가 내려간 이유는 코픽스(COFIX)가 11개월 만에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금리다. 은행이 실제 취급한 예·적금과 은행채 등 수신상품의 금리 변동이 반영된다. 코픽스가 내렸다는 것은 은행이 상대적으로 낮은 이자를 주고 돈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의미다. 지난해 12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4.29%로 전달보다 0.05%p 하락했다. 지난해 1월 기준 코픽스가 1.69%에서 1.64%로 떨어진 지 11개월 만이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은행에 수신금리 인상을 자제토록 한 권고에 따라 예금과 적금 등 금리가 낮아지면서 결과적으로 하락한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벤트가 있기 전 주가에 선반영 되듯이 금리도 통화정책 발표 전에 움직일 수 있다"면서 "지난주 금융통화위원회 결정은 시장 예상대로 흘러가 '동결 같은 인상'이었다. 사실상 이달 초까지 금리는 기준금리 인상이 일부 선반영이 됐던 것이고, 앞으로 금리가 내려가리라는 시장의 기대가 이번 대출금리에 담겼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기준금리 인상을 통해 인플레이션을 잡으려는 통화정책 효과를 오히려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금융 소비자의 이자 부담이 늘고, 가계에 소비 여력이 떨어지기에 시장에 돈이 돌지 않는다. 금융당국은 이러한 방식으로 시장에 개입해 물가 상승을 꺾는다. 그런데 이 연결고리가 시작부터 끊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다만 한 경제 연구원은 "원론적으로는 통화정책에 혼선이 있는 것 아니냐고 볼 수도 있으나 이번에는 좀 더 복잡한 시장 환경이 들어가 있다"면서 "지난해 하반기 '레고랜드' 사태 여파로 은행채 발행이 제한됐던 은행들이 자금 조달의 차선책으로 예금금리를 경쟁적으로 올렸다. 하지만 연말 들어 채권시장이 안정세를 찾게 되면서 은행채 발행이 재개됐고, 금리를 올릴 필요성이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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