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과 경찰이 18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사범에 대해 서울, 경기, 광주, 전남, 제주 등 전국 10곳 안팎에서 동시 다발 압수수색을 벌였다. 압수수색 대상에는 민주노총과 보건의료 노조도 들어 있었다. 방첩 당국은 이 단체 소속 간부 등이 북한 측과 회합 통신한 혐의를 확인했다고 한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민주노총 핵심 간부 A씨의 행적이다. 국정원은 A씨가 민주노총 보건의료 부문 핵심 간부 B씨, 광주 기아차 노조 핵심 간부 C씨와 함께 3곳의 지하조직망을 만들어 활동해 온 것으로 보고 있다. 방첩 당국은 이들의 활동이 경남 창원·진주의 '자주통일 민중전위'와 제주의 'ㅎㄱㅎ'과 다른 계열이지만 해외에서 북한에 포섭돼 지하조직을 결성한 수법이 유사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A씨 등도 북한 노동당 문화교류국 소속 공작원 지령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런 일련의 간첩 사건은 문재인 정부를 거치면서 남한에서 간첩이 활개 칠 공간이 매우 넓어졌음을 짐작게 한다. 2011~2017년 26건이던 간첩 적발 건수는 문재인 정부 때인 2017~2021년 3건으로 격감했다. 이마저도 박근혜 정부 때 혐의를 인지해 수사 중이던 사건이다. 간첩을 잡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 국정원과 경찰이 수사 중인 간첩 사건은 빙산의 일각일 것이라는 의심을 떨칠 수 없다.
그러나 우리의 방첩 기관은 무장 해제 직전에 있다. 국정원의 대공 수사권이 내년부터 경찰로 넘어가기 때문이다. 경찰에 대공 수사 능력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축적된 노하우에서 경찰은 국정원을 따라갈 수 없다. 설사 국정원 수준에 이른다 해도 그때가 언제일지 가늠하기 어렵다. 그때까지 방첩망은 숭숭 뚫려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런 우려가 빗발쳤는데도 더불어민주당은 2020년 국정원의 대공 수사권을 경찰로 넘기는 국정원법 개정안을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간첩이 활개 칠 공간을 합법적으로 열어준 것이다. 사실상의 이적 행위이다. 이대로는 안 된다. 국정원법을 민주당의 '개악' 이전으로 되돌려야 한다. 민주당은 '이적 집단'이란 의심을 사지 않으려면 이에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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