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경찰은 수사 부서 기피, 국민은 늑장 수사 골탕…‘검수완박’ 폐해

문재인 정권이 강행한 '검경 수사권 조정'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의 폐해가 불거지고 있다. 수사권 조정과 경제 및 사이버 범죄 증가 등으로 경찰의 수사 부담이 크게 늘어난 반면, 인적·물적 지원 부족으로 경찰관들이 수사 부서 근무를 꺼리고 있다. 경찰 업무 과부하와 수사 부서 기피 현상은 사건 처리 지연으로 이어진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의 몫이다.

검수완박 이후 거의 모든 범죄의 수사권을 갖게 된 경찰의 업무 부담은 크게 늘었다. 경찰의 전체 사건 처리 평균 기간은 2020년 55.6일에서 2021년 64.2일로 늘었다. 2022년의 경우 10월 기준으로 66.7일에 이른다. 최근에는 사이버 범죄와 시민 단체, 개인의 고소·고발도 늘고 있다. 사건이 많은 경찰서의 경우 수사관 1명이 한 달에 10~20건의 사건을 맡고 있다고 한다.

경찰의 수사 부서 기피 현상은 심각하다. '수사경과(警科)'(매년 시험을 통해 수사 부서에서 근무할 수 있는 자격)를 취득한 경찰관이 줄고 있다.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수사경과를 보유한 경찰관은 2020년 1천657명이었으나 지난해 1천515명으로 8.6% 감소했다. 대구청 및 지역 경찰서 수사 부서 근무자의 비수사 부서 전출 비율 역시 2021년 9.0%에서 지난해 12.9%로 3.9%포인트 증가했다. 경찰은 인사 철만 되면 골머리를 앓는다. 형사과, 수사과 등 수사 관련 경찰관들이 부서 이동을 원하지만, 수사 부서를 채울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경찰 수사 업무 과부하는 국민 피해로 이어진다. 수사가 늦어지는 것은 물론 수사 부실에 대한 우려도 크다. 검경 수사권 조정과 검수완박 이후 경찰의 수사 권한과 범위는 확대됐지만, 인력은 크게 늘지 않았다. 경찰은 수사 부서 기피 현상을 막기 위해 사건 처리 1건당 2만 원의 수당을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반영시키지 못했다. 경찰 수사 과부하를 방치하면 거악과 범죄는 활개를 친다. 국민의 권익 보호 차원에서 지금의 형사법 체계는 다시 정비돼야 한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