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책] 겨울 이불

안녕달 지음/창비 펴냄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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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달 지음/창비 펴냄
안녕달 지음/창비 펴냄

'모두 잠드는 밤에 혼자 우두커니 앉아 다 지나버린 오늘을 보내지 못하고서 깨어있어 누굴 기다리나 아직 할 일이 남아 있었던가, 그것도 아니면 돌아가고 싶은 그리운 자리를 떠올리나….'

유명 가수 아이유의 노래 '무릎' 가사 중 일부다. 불면증에 시달렸던 아이유가 '할머니 무릎 베개'를 베고 까무룩 잠에 들었던 그 시절을 떠올리며 지은 곡이라고 하는데 따뜻했던 할머니, 할아버지가가 있던 '돌아가고 싶은 그리운 자리'가 떠올라 노래를 듣다 그만 울컥했던 기억이 있다.

그림책 작가 안녕달의 신작 '겨울 이불'을 보고는 그때 돌아가고 싶은 그리운 자리가 떠올라 눈물이 났다.

"아동문학은 어린이들에게 봉사하는, 서비스 산업이라고 생각한다. 어린이가 단지 나이가 어린 아이만 말하는 것은 아니다. 어른이 돼도 어두운 마음속에 쭈그리고 앉아있는 어린아이…아동문학은 그 어린아이의 마음도 어루만져준다"

지난 17일 2023매일신춘문예 시상식이 열렸다. 신춘문예 동화부문 심사위원이었던 임정진 작가는 시상식 단상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린 어른이지만 저마다의 쭈그리고 앉아있는 어린아이를 한명씩 지녔다. 그런 의미에서 이건(겨울 이불) 분명 어른을 위한 책이다. 다 컸다고 생각한 나의 깊은 어두운 마음 속에 조용히 앉아있는 어린아이는 그림책을 넘기다 그만 그리워서 울고 말았다.

할머니, 할아버지는 아마 대부분 국민의 눈물버튼일거다. 안녕달 작가가 눈물버튼을 건드리고 말았다. 제목부터 제철(?)이다. 겨울 이불. 추운 겨울날,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올 시간이 되면 할머니, 할아버지 집의 구들장은 뜨끈하게 데워진다. 찬바람을 맞고 온 몸이 꽁꽁 아이의 몸은 금세 녹는다. 두꺼운 옷과 양말을 훌훌 벗어던지고 내목바람으로 방바닥에 놓인 두꺼운 이불 안으로 후다닥 들어가는데 포근한 솜이불 안에서는 귀엽고, 따뜻한 공간이 펼쳐진다.

역시 안녕달이다. '수박 수영장', '할머니의 여름휴가' 특유의 동화적인 상상력을 발휘해 판타지 같은 세계를 만들어온 작가가 이번엔 솜이불 아래 '찜질방'을 만들어냈다. 글밥이 적어도 그림이 알차다. 섬세하게 묘사된 그림을 꼼꼼히 살피면 책장은 느리게 넘겨진다.

이불 안 찜질방에는 곰과 거북이, 다람쥐가 뜨끈한 방바닥에 누워 곤히 잔다. 아이가 쪼르르 달려간 곳은 이불 찜질방 벽에 기댄 할머니, 할아버지. 몸이 쫙 풀리는 뜨끈한 온기에 '시원하다'며 차가운 식혜 한 모금을 쭉 빨아 당기며 사우나를 즐긴다.

그림 속의 그림, 꿈 속의 꿈처럼 상상 속의 상상은 끊임없이 더해진다. 이불 찜질방 카운터에 달걀과 식혜를 사러 간 아이에게 흰곰은 달걀 바구니 위에 얹힌 천을 슬쩍 들어 올리는데 그 안엔 여름날 뛰놀던 골목길 풍경이 펼쳐진다. 달걀 골목에서 아이들은 숨바꼭질하며 놀고, 어른들은 삼삼오오 모여 수다를 떤다. 식혜를 받으러 도착한 곳은 식혜 강가. 꽁꽁 언 식혜 강가에는 썰매를 타는 아이들이 뛰놀고 있다.

돌아가고 싶은 옛 그리운 그 시절의 모습이 자꾸 휘몰아친다. 달걀 골목, 식혜 강가를 지나 종착지는 할머니의 무릎이다. 무릎에 누운 아이는 머리를 쓰다듬는 할머니의 손길에 그만 잠이 든다. 안녕달 작가는 옛 그리운 정서와 조부모의 사랑, 즉 가족 사랑의 온기를 함께 전달하고 있다.

그림책 마지막 페이지. 아이를 데리러 온 아이의 아빠는 잠에든 아이를 업고 집으로 향하며 말한다.

'애가 몸이 참 따끈하네'

신춘문예 심사위원 임정진 작가의 말이 맞았다. 안녕달의 아동문학은 어른들의 마음 속 아이에게 어쩌면 잊고 있었던 가족들의 따뜻한 사랑을 전하고 있었다. 눈물이 났던 이유다. 사랑받은 아이는 따뜻하고, 그 아이를 품고 있는 우리 어른들도 그 덕분에 따뜻함을 지닌 사람으로 남아야겠다는 원동력을 가지지 않을까.

이런 표현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겨울 이불은 '평생 소장 각'이다. 68쪽,1만6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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