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카페 민지(MZ)] 응답하라 1981! 아늑한 집에서 즐기는 커피 한잔

붉은 벽돌로 지어진 2층 주택 겉보기엔 가정집
40년 된 주택 최대한 보존…7개의 특색있는 방
아인슈페너·냉율무 등 누구나 좋아할 만한 메뉴

1981년에 지어진 주택을 개조한
1981년에 지어진 주택을 개조한 '1981카페' 외관.
대문 옆으로 들어가면 마당과 돌계단이 마주하고 있다.
대문 옆으로 들어가면 마당과 돌계단이 마주하고 있다.

집이라는 공간은 개개인마다 다양한 의미를 지닌다. 누군가에게는 잠자는 곳, 누군가에게는 안락한 휴식처, 누군가에게는 물질적 대상. 그중에도 집은 외부와 단절한 채 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휴식의 공간이라는 인식이 가장 강하다. 2020년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만 19~5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2.6%가 하루 중 가장 편안하게 느끼는 시간은 '집에 있을 때'라고 답했다. 이처럼 휴식의 공간을 의미하는 집을 매개체로 손님들에게 아늑함과 편안함을 제공하는 카페가 있다.

바닥부터 천장까지 목재로 둘러싸인 인테리어가 과거 양옥집을 떠오르게 한다.
바닥부터 천장까지 목재로 둘러싸인 인테리어가 과거 양옥집을 떠오르게 한다.
욕실을 개조해 손님들을 위한 공간으로 만들었다. 타일도 옛날 모습 그대로다.
욕실을 개조해 손님들을 위한 공간으로 만들었다. 타일도 옛날 모습 그대로다.

◆어릴 적 추억이 그대로

40년 된 주택을 개조한 '1981카페'는 대구 중구 남산동 인쇄가게들 사이에 자리 잡고 있다. 붉은 벽돌로 지어진 2층 단독주택 모습을 한 이곳은 겉보기엔 영락없는 일반 가정집이다.

으리으리한 갈색 대문 옆으로 들어가면 앞마당에 심긴 커다란 모과나무가 반겨준다. 주택 건물 입구로 이어지는 돌계단도 정겹다.

외관도 외관이지만 문을 열고 들어가면 잘 보존된 내부의 모습에 또 한 번 놀라게 된다. 바닥부터 천장까지 목재로 둘러싸인 인테리어가 과거 양옥집을 떠오르게 한다. 벽에 달린 화려한 크리스털 조명들도 눈에 띈다. 카페가 아니라 마치 할아버지·할머니 댁을 방문한 느낌이다.

80평 규모의 넓은 공간에는 총 7개의 방이 있다. 원래 방으로 쓰였던 공간은 물론이고 주방·욕실·다용도실로 쓰이던 공간들도 개조해 손님들을 위한 공간으로 만들었다. 집 특성상 모든 공간이 방으로 분리돼 있어 손님들이 편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카페 구석구석 놓인 소품들을 보는 재미도 크다. 낡은 목재 테이블, 중고 에어컨, 자개상 등 레트로한 소품들이 집이라는 콘셉트를 한껏 살려준다. 당시 집주인이 사용하던 빛바랜 인터폰과 스위치도 그대로 남아있다.

카페 곳곳에 놓인 레트로한 소품들이 집이라는 콘셉트를 한껏 살려준다.
카페 곳곳에 놓인 레트로한 소품들이 집이라는 콘셉트를 한껏 살려준다.
건물 수리 과정에서 나온 라디에이터를 인테리어로 활용했다.
건물 수리 과정에서 나온 라디에이터를 인테리어로 활용했다.

◆집을 위해 모인 삼남매

1981카페는 삼남매가 함께 운영한다. 실제로는 첫째 설민애(38)·셋째 설재홍(28) 씨는 친남매, 둘째 설윤영(31) 씨는 사촌 관계이지만 어린 시절부터 함께 살아온 탓에 모두 친남매나 다름없단다.

이들 셋은 각자 다른 일을 해오다 카페라는 하나의 목적으로 뭉치게 됐다. 설민애 씨는 카페 전반적인 운영을, 설윤영 씨는 커피를, 설재홍 씨는 베이킹을 담당하고 있다.

삼남매는 남산동을 정해놓고 동네를 둘러보던 중 예전에 살던 집과 비슷한 이 집에 매료됐다. 집이 비워진 지 20여 년이 지났지만 집을 내놓을 생각이 없던 주인을 설득하는 데만 두 달이 걸렸다.

운명처럼 만난 이 집의 가치를 그대로 이어가고 싶은 마음에 건물이 지어진 해인 1981년을 따서 카페 이름도 1981카페로 정했다.

건물 리모델링은 삼남매를 포함한 가족들이 3개월간 직접 진행했다. 집의 원형을 유지하며 깔끔하게 보완만 하는 것을 최대 목표로 삼았다. 수리 과정에서 나온 벽돌·라디에이터 등 부자재들도 버리지 않고 인테리어에 적극 활용했다.

설민애 대표는 "이곳에 찾아오면 외부의 생각들과 동떨어져 힐링할 수 있었으면 했다"며 "공간을 튀지 않고 자연스럽게 만들어야 손님들이 온전히 자기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남자친구와 함께 카페를 찾은 안진주(30)씨는 "일반 가정집에 놀러 온 것처럼 편하고 정겨운 느낌이 들어 자주 오게 된다"고 말했다.

집이라는 공간과 어울리게 누구나 좋아할 수 있는 메뉴들로 구성했다.
집이라는 공간과 어울리게 누구나 좋아할 수 있는 메뉴들로 구성했다.
달달한 크림 아래 부드러운 라테가 잘 어우러진
달달한 크림 아래 부드러운 라테가 잘 어우러진 '밀크슈페너'.

◆전 연령대가 좋아하는 메뉴

메뉴들도 집이라는 공간과 최대한 어울리게 구성했다. 누구나 찾아올 수 있는 곳이 집인 만큼 전 연령대가 좋아할 수 있는 메뉴로 하자는 것. 너무 트렌드를 쫓기보다는 흔한 듯 흔하지 않은 다양한 메뉴들을 개발해왔다.

대표 메뉴는 블랙·밀크·모카·초코 슈페너 등 달달한 크림이 듬뿍 올라간 아인슈페너 4종이다. 1980년대 대학가 다방에서 인기 있는 메뉴 중 하나였던 비엔나커피. 진한 커피에 생크림을 얹어 부드럽고 달콤하던 그 당시 비엔나커피를 요즘 스타일의 아인슈페너 형태로 가져왔다.

어린 시절 많이 먹던 냉율무도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너무 달지 않고 담백한 맛이 특징이며 고소한 곡물의 맛과 향이 옛 추억을 자극한다.

음료 못지않게 디저트에도 진심이다. 카운터 뒤에 위치한 베이킹 룸에서 케이크·구움과자·샌드위치 등 다양한 디저트를 매일 직접 만들어 낸다. 대학에서 베이킹을 전공한 막내 설재홍 씨가 끊임없이 연구하고 개발한 결과다.

SNS를 보고 방문한 김소연(27) 씨는 "카페 이름에 걸맞게 옛날 느낌이 나는 메뉴들이 많아서 인상적이었다"며 "고즈넉한 분위기에서 커피와 디저트를 즐기기에 안성맞춤인 곳"이라고 말했다.

어린 시절 많이 먹던 냉율무. 고소한 곡물의 맛과 향이 옛 추억을 자극한다.
어린 시절 많이 먹던 냉율무. 고소한 곡물의 맛과 향이 옛 추억을 자극한다.
바삭바삭한 비스킷에 아몬드가 가득한 프랑스식 과자
바삭바삭한 비스킷에 아몬드가 가득한 프랑스식 과자 '아몬드 튀일'.

◆힐링할 수 있는 동네카페

1981카페는 작년부터 주변 상권들과 컬래버레이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셀프 사진관, 도자기 공방 등 남산동에 위치한 동네 상점들과 연계해 카페를 이용하는 손님들을 대상으로 체험권을 제공하는 이벤트다.

설 대표는 "손님들이 이 골목에 자주 오게 하려면 우리 하나로는 힘들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며 "상점들과 컬래버 해보니 재미있고 동네 상권도 함께 살아나는 것 같아 좋았다. 앞으로도 음식점 등 다양한 곳과 연계한 이벤트를 확장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남매는 손님들이 할아버지·할머니 댁, 어릴 적 친구 집에 놀러 오듯 편하게 카페에 찾아와 쉬어갈 수 있었으면 한다.

설 대표는 "무엇보다 손님들이 서슴없이 와서 힐링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며 "이 골목에 잘 스며들어 동네카페로 오래 남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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