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인구 1천500만 명 시대를 맞았다. 이러한 문화의 흐름에 따라 반려동물 전용 호텔, 유치원, 장례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스템이 새롭게 등장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반려동물 동반 전시회 개최의 기사를 접할 수 있었고, 올해 출시되는 신상 에어컨에는 반려동물을 위해 온도를 조절하는 '펫케어 모드'가 장착된다는 소식이 들려오기도 한다.
하지만 급격히 늘어난 반려인구의 숫자와 함께 유기동물의 수 역시 증가하고 있고 이제는 유기동물들을 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나는 길거리에서 유기동물들을 보면 항상 생각나는 유기견 한 마리가 있다.
나의 부모님은 작은 식당을 운영하시는데 어느 날부터 매일 저녁마다 식당 뒤를 배회하는 강아지 한 마리가 있었다. 왼쪽 눈에 백내장을 가진 '보스턴 테리어'라는 견종이었는데, 매끄러운 피모에 다부진 체형을 가졌고 방울이 달린 목줄을 매고 있어 주인이 있는 반려견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다 한 두어 번 밥을 주게 됐는데 계속해서 찾아오는 모습을 보고 주인을 잃어버린 유기견이라 판단해 주인을 찾아보기로 했다.
유기견 센터 및 주변에 전단지 광고를 돌리는 등의 노력을 했지만 결국 주인이 나타나지 않았고, 가족과 상의 후 우리가 거두기로 결정을 내렸다. 그렇게 우리집 막내 여식으로 '춘자'라는 이름을 가지게 된 강아지는 온 가족의 아낌없는 사랑과 보살핌을 받았다.
한 날은 발견 당시부터 백내장이 있는 듯 양쪽 눈의 색이 달랐던 춘자의 건강을 위해 함께 동물병원에 갔는데, 진단 결과 춘자는 오드아이의 눈을 가진 강아지였다. 수의사 선생님 말씀을 듣고 놀란 나는 춘자를 바라보았는데, 춘자는 아무것도 모르는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해맑은 솜사탕 같은 표정을 짓던 그 때의 춘자가 아직도 눈에 선하게 그려진다.
주인으로부터 버려진 기억 때문일까, 춘자는 가족이 곁에서 떨어지면 불안해하는 경향이 있었다. 또한 집 안에서 절대 대소변을 보지 않았다. 가족이 돌아올 때까지 참았다가 산책을 데리고 나가면 그제야 잔디밭에서 볼일을 보았다.
이렇게 영특한 춘자에게 우리 가족은 애정을 담아 한 끼도 거르지 않고 밥을 챙겼다. 너무 많은 애정을 받은 탓인지 춘자의 몸은 점점 통통해져 갔다. 살이 쪄서 산책을 다녀오면 춘자의 호흡이 거칠어짐을 느끼기도 했다. 단지 살이 쪄서 호흡이 거칠다고 생각했던 우리 가족은 나중에 큰 후회를 하게 된다. 뒤늦게 병원에 데리고 갔을 때는 심장병으로 인해 오래 살지 못한다는 판정을 받고 말았다. 그렇게 춘자는 다시 뛰지 못하게 됐다. 집에 들어오면 제일 먼저 뛰쳐나와 반겨주던 나의 강아지, 산책을 할 때면 기운 넘치게 나를 끌고 가던 내 동생이 가만히 누워만 있는 걸 보고선 누군가 내 심장을 움켜쥐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
이후 내가 집을 오래 비운 사이 춘자가 무지개다리를 건넜다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 기침을 크게 내뱉고, 숨을 거두기 전 근육이 풀려 소변과 배변이 나오기 시작하자 춘자는 우리 가족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문밖으로 뛰어나가려고 문에 계속해서 몸을 부딪혔다고 한다. 부모님께서는 춘자가 천천히 눈을 감을 때까지 옆에서 어루만져줬다고 한다. 그렇게 집에 돌아온 나는 춘자가 없는 빈자리를 멍하니 바라보며 한참을 서있었다.
지금도 종종 길을 떠도는 강아지들을 마주칠 때면 식당 뒤에서 춘자를 처음 만났던 그때가 떠오른다. 급격하게 성장하는 한국의 반려문화가 놀이와 같은 유행에 그치지 않고 진정한 문화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가족을 입양하는 반려인들의 책임 의식과 이를 뒷받침하는 다양한 제도가 필요할 것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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