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주택 사업승인 전면 보류] 최다 미분양에 신규 물량 덮쳐 시장 질식사 위기

올해 1만 가구 이상 공급 예정
미분양 1만1천가구, 전국 1위…입주도 3만6천가구 '역대 최대'
"금리 인상에 따른 대출 부담 등 계획한 물량보다 즐어들 수도"

미분양 물량이 넘치고 공급 물량이 소폭 감소한 가운데 입주 물량이 많아 대구 부동산 시장에 부담이 커지고 있다. 대구 한 아파트 건설 현장. 채정민 기자
미분양 물량이 넘치고 공급 물량이 소폭 감소한 가운데 입주 물량이 많아 대구 부동산 시장에 부담이 커지고 있다. 대구 한 아파트 건설 현장. 채정민 기자
2023년 대구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 대영레데코 제공

엎친 데 덮친 격' 미분양 물량은 쌓여 가는데 입주 물량도 많다. 미분양 물량이 많고 거래 절벽 현상이 심해져 대구 부동산 시장 경기가 악화하고 있는 가운데 입주 예정 물량이 줄을 잇고 있어 경기가 더욱 얼어붙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미분양과 공급 물량, 시장에 부담 가중

대구는 아파트 미분양 물량이 전국에서 가장 많은 곳이다. 지난달 말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11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대구 미분양 물량은 1만1천700가구로 전국 최다로 집계됐다. 전국 미분양 물량(5만8천27가구)의 약 20%에 달하는 수치다.

게다가 주택 거래량이 많지 않다 보니 미분양 해소는 요원한 일이다. 11월 대구 주택 매매거래량은 978건으로 2021년 11월(2천275건)보다 57.0% 감소했다. 1년 새 절반 이상 거래량이 줄어든 셈이니 '거래 절벽'이라 부를 만하다.

이런 상황에서 대구에는 올해 아파트가 1만가구 이상 공급될 예정이다. 아파트 미분양 물량은 전국에서 가장 많고 거래 절벽 현상은 심화하고 있는데 추가 공급 물량도 만만치 않은 것이다. 올해 건설, 부동산 시장이 짊어질 부담이 더 커질 거란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부동산R114 REPS 자료(이달 13일 기준)에 따르면 올해 지방의 일반 공급 예정 물량은 8만4천775가구로 작년(13만7천72가구)보다 38.15% 감소한다. 부동산 경기가 하강 국면인 가운데 건설사들이 분양 물량을 줄이거나 아직 공급 시기를 잡지 못한 탓이란 게 부동산R114 측 분석이다.

하지만 대구의 공급 예정 물량은 감소 폭이 크지 않다. 지난해 공급 물량이 1만2천131가구였는데 올해 공급 예정 물량은 1만616가구로 12.5%(1천515가구) 주는 데 그쳤다. 부동산 시장이 가장 힘든 곳이라는데 추가로 시장에 공급되는 물량은 소폭 줄었을 뿐이다.

지역 건설·분양업계가 내다보는 올해 대구 아파트 공급 예정 물량도 1만가구~1만5가구로 부동산R114이 예상과 비슷하다. 지역 한 분양업계 관계자는 "특히 금융권 PF(프로젝트 파이낸싱)가 이뤄져 공사비 등 자금을 이미 다 조달했거나 재건축조합원이 입주만 기다리고 있는 경우 등이라면 분양 일정을 계속 미뤄두기 어렵다"고 했다.

2023년 대구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 대영레데코 제공

◆올 입주 물량도 역대 최대, 침체 장기화 우려

이 와중에 올해 대구 아파트 입주 물량이 역대 최대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나와 부동산 시장의 미래를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올해 3만6천여가구가 입주할 것으로 보여 거래 절벽 속에 매매 가격과 전세 가격 하락세가 심화하고 부동산 경기는 더 침체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대구 분양대행사 대영레데코가 공개한 '대구시 부동산 시장 결산 및 시장 분석' 자료에 따르면 올해 대구 입주 물량은 57개 단지, 3만6천59가구(임대 포함)에 이른다. 이는 지역에선 역대 최대 규모다. 지난해엔 43개 단지, 2만653가구가 입주했다.

대구 입주 물량은 경기(11만2천826가구), 인천(4만5천169가구)에 이어 전국에서 세 번째로 많다. 구·군별로 나눠 보면 동구가 12개 단지, 8천561가구로 입주 물량이 가장 많고 수성구가 12개 단지, 7천878가구로 뒤를 잇는다. 서구는 5개 단지, 7천72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다.

2024년과 2025년 예정된 입주 물량도 적지 않다. 2024년에는 40개 단지, 2만1천670가구, 2025년에는 20개 단지, 1만193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다. 이처럼 입주 물량이 줄을 잇고 있는 탓에 매매 가격과 전세 가격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것이다.

송원배 대영레데코 대표는 매매가 하락 폭이 감소할 순 있으나 하락세 자체는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거래량이 적은 것 역시 가격이 추가 하락할 것이란 예상이 많은 탓이란 분석이다.

송 대표는 "1만가구가 미분양됐다면 여기에 약 5조원의 자금이 물려 있는 것이다. 시장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에 일정상 더 미룰 수 없는 경우가 아니라면 민간에서 가급적 분양을 안 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라며 "금리 인상에 따른 대출 부담 등으로 계획한 공급 물량이 더 줄어들 수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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