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음주운전과 전쟁 불사해야 경각심 높아진다

최근 만취 상태로 고속도로를 역주행해 사상 사고를 낸 50대 여성은 교정직 공무원이었다고 한다. 그의 음주운전에 희생된 이는 대리운전을 하고 귀가하던 38세 남성이었다. 생계비를 벌고자 대리운전에 나선 지 한 달여 만이었다. 유족에게도 씻을 수 없는 사고임이 분명하다. 음주운전과 전쟁을 벌이지 않으면 억울한 죽음은 또 생긴다.

경찰에 따르면 사고 차량은 15일 오전 1시 40분쯤 만촌네거리에서 쏘나타 차량을 들이받은 뒤 달아났다고 한다. 또 추격하던 쏘나타 차량을 따돌리려 수성IC 출구로 역진입해 마주 오던 마티즈 차량과 정면충돌한 것으로 확인됐다. 접촉 사고 이후 30분 동안 10㎞가 넘는 거리를 광란의 질주로 이어간 데는 면허 취소 수준의 혈중 알코올 농도가 있었다. 공무원 신분이 드러나면 중징계로 이어질 것을 우려해 도주하던 것이 대형 사고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면허 취소 수준의 만취 상태로 운전대를 잡는 건 요행을 바라는 것이나 다름없다. 대취해 혼절 직전이어도 운전대를 잡는 것은 고질병에 가까운 습벽의 수순이다. 경찰의 단속에 적발된 음주운전자 수는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대구의 경우 2020년 4천881명이었지만 지난해에는 6천369명으로 크게 늘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된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앞서 지적했듯 음주운전이 습관이라는 게 문제의 핵심이다. 단속에 걸리면 운이 나빴다고 여기는 것이다. 최근 5년 동안 적발된 운전자의 46%가 재범 사례다. 재범 위험이 높다. 사후 관리도 강화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이 나온 이유다.

현재 처벌이 솜방망이식이라는 사회적 합의는 무르익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도 "관행적으로 음주운전을 약하게 처벌하고 있는 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며 "죄질이 중한 경우 치료 명령, 강제 입원 명령도 활성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벌금 액수와 형량을 높이되 호주나 싱가포르처럼 신상 공개를 하는 것도 고민해 봐야 한다. 경각심을 높이는 가장 강력한 수단을 동원해 주길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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