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文 정권 간첩 수사 뭉개기·국정원 무력화 단죄해야

문재인 정부가 간첩을 잡지 않았다는 의혹이 점점 사실로 확인되고 있다. 자유민주연구원(원장 유동열)이 국회·국가정보원 자료 등을 취합한 집계에 따르면 2011~2017년 간첩 적발 건수는 26건이었으나 문 정부 때인 2017~2020년엔 3명에 그쳤다. 이마저도 박근혜 정부 때 수사 중이던 사건들이다. 또 군사안보지원사령부(현 국군방첩사령부)는 2011~2016년 총 48명의 국가보안법 위반자를 검거해 군과 검찰에 송치했지만 2017~2020년에는 단 한 건도 송치하지 않았다.

이렇게 된 것은 문 정부 때 국정원 윗선에서 수사를 뭉갰기 때문이라는 전 국정원 당국자들의 증언이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정권이 대북 이벤트에 집중하며 북한 눈치를 보느라 수사를 방해했다는 것이다.

방첩 당국은 2017~2018년 간첩 활동 증거를 대거 확보했지만 2023년 들어서야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증거를 확보하고도 정권이 바뀔 때까지 수사가 미뤄진 이유는 문 정권 국정원 윗선의 수사 방해 때문이었다. 일선에서 수사를 확대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올렸으나 '남북 관계를 지켜보고 제대로 하자' 등의 말로 윗선에서 결재하지 않았다고 한다. 심지어 수사 결재를 하지 않으면 직무 유기 혐의가 되고 수사를 하지 말라고 직접 지시하면 직권남용 혐의가 되는 것을 피하려고 휴가를 내고 출근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는 사이 간첩 혐의자들은 캄보디아 프놈펜, 앙코르와트, 베트남 하노이 등에서 북한 공작원과 접촉하거나 지령을 받았다.

문 정부는 간첩이 활개 치도록 내버려뒀을 뿐만 아니라 국정원의 간첩 수사권마저 내년부터 경찰에 넘기도록 했다. 하지만 안보 경찰 수는 5년 사이 1천여 명이나 줄었다. 김석규 전 국정원 방첩국장이 "대공 수사권을 경찰에 이관하는 건 바보 같은 짓"이라고 말한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윤석열 정부는 철저한 간첩 수사뿐만 아니라, 문 정부 시절 정권 차원에서 조직적인 간첩 수사 방해 행위가 없었는지 조사해 낱낱이 밝혀야 한다. 또한 적폐몰이로 국정원 무력화 작업을 실행한 자들에 대한 조사를 통해 그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무엇보다 사실상 무장해제 수준인 국정원의 대공 수사권을 회복시켜 국가 최고 정보기관이 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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