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반갑다 새책] 면역

필리프 데트머 지음/ 강병철 옮김/ 사이언스북스 펴냄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우리는 면역계를 모호하고 종잡을 수 없는 존재로 생각한다. 그러나 면역계는 드러나지 않지만, 우리 삶을 지탱해주는 든든한 '수호천사'다.

생각해보자. 아침에 자고 일어났을 때 목이 까끌까끌하거나 콧물이 난다. 더욱이 기침까지 나오면서 몸 컨디션이 영 좋지 않다. 그래도 출근은 해야 하기에 회사에 얼굴 도장을 찍는다. 점심을 먹고 조금 휴식을 취하다보니 어느새 몸은 괜찮아진다. 이는 면역계가 자신도 모르게 몸속으로 들어온 침입자들을 부지런히 찾아다니며 무찌른 결과다.

면역계는 인간의 뇌 다음으로 복잡하다. 지구에서 가장 오래되고, 중요한 생명 현상 가운데 하나다. 면역계가 없다면 우리는 며칠 안에 죽고 만다. 거꾸로 병원체가 아니라 면역계가 생존을 위협할 수도 있다. 엄청나게 무서운 에볼라 바이러스도 사람의 생명을 앗아가려면 6일 정도가 필요하지만 면역은 15분이면 사람을 죽일 수 있다.

구독자 1천900만 명을 자랑하는 유명 유튜브 과학 채널 '쿠르츠게작트'의 설립자 '필리프 데트머'가 재미있고 재치있는 글로 면역계에 대해 한 편의 장대한 서사시로 풀어냈다.

세균과 면역계의 대결은 마치 '반지의 제왕'을 읽는 듯 장대하고 비장하며,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계의 대응은 '스타워즈'를 보는 듯 아슬아슬한 속도감을 느낄 정도다.

내용 또한 풍성하다. 까마득한 옛날 생명의 탄생에서 시작해 세포를 설명하고, 면역 세포로 나아간다. 면역 세포 사이의 복잡한 관계로 이루어진 면역계, 그 면역계와 안팎의 적 사이의 더 복잡한 관계로 이루어진 세계를 차근차근 설명한다.

1부 '면역계의 기초'에서는 지은이가 35억 년 전 생명의 탄생에서 시작해 5억 년 전 단세포 생물들이 협력하고 면역계를 발전시키며 어떻게 폭발적인 생물 다양성을 일으킬 수 있었는지, 그리고 그 혜택이 우리 인간에게 어떻게 미치고 있는지를 차례대로 설명한다. 2부 '궤멸적 손상'에서는 '숲속을 산책하다 신발을 뚫고 발바닥에 박힌 녹슨 못'이란 상황을 가정해, 우리 몸에서 벌어질 일을 그대로 재현해본다.

3부 '적대적 인수'에서는 주 악역이 바뀌는 큰 변화가 일어난다. 이제 우리가 싸워야 할 적은 외계 세균이 아니라 바이러스다. 3부에서는 지구상에서 가장 성공적인 존재라 할 수 있는 바이러스의 정체와 왜 바이러스는 세균보다 물리치기가 힘든지, 그리고 이를 위해 면역계가 사용하는 특수한 방어 전략들인 인터페론, 살해 T 세포와 자연 살해 세포에 대해 알아본다.

4부 '반란과 내전'에서는 외부 침입자가 아닌 우리 면역계가 삶을 위협하는 상황을 보여준다. AIDS처럼 면역계의 약점을 공격하는 질병으로 시작해 알레르기 같은 자가 면역 질환, 그리고 한때 지은이 자신이 실제 환자이기도 했던 암까지 면역계가 이상 행동을 보일 때 일어나는 일들을 알기 쉽게 설명한다.

이 책은 면역과 생명의 원리라는 딱딱한 과학 지식을 45장의 인포그래픽 이미지와 함께 최대한 알기 쉽게 전달하고 있다. 347쪽, 3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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