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라지는 대구 1호 레지던시 '가창 창작 스튜디오' 놓고 아쉬움 쏟아져

코로나19 전까지 매년 10명 입주 작가 중 2~3명은 외국작가
도심 외곽에 위치한 장점도 뚜렷, 자연으로부터 받는 영감 커
입주 큐레이터도 양성, 예술계 "도심 외곽 레지던시 공간 더 필요"

가창 창작스튜디오가 부지 소유주인 대구시교육청과의 임대 계약 종료로 1월 말 운영이 종료된다. 지난 19일 대구 달성군 가창면에 있는 가창 창작스튜디오 모습. 매일신문DB
가창 창작스튜디오가 부지 소유주인 대구시교육청과의 임대 계약 종료로 1월 말 운영이 종료된다. 지난 19일 대구 달성군 가창면에 있는 가창 창작스튜디오 모습. 매일신문DB

대구 1호 청년예술가 양성 공간인 '가창 창작 스튜디오'가 1월 문을 닫는 가운데(매일신문 1월 19일 보도) 지역 예술가 사이에서 아쉬움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대구문화예술진흥원은 도심 내 생겨나는 창작 공간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계획이지만, 문화예술계에서는 '공간 다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가창 창작스튜디오는 지난 2007년 대구에서 처음으로 조성된 레지던시 공간으로, 대구시가 폐교된 우록분교의 건물을 리모델링해 청년 예술가를 위한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대구시와 부지 소유주인 대구시교육청과의 임대 계약 종료로 올해 1월 말 운영이 종료된다.

지역 예술가들은 코로나19 팬더믹 전까지 매년 10명 정도의 입주작가 중 2, 3명은 동남아시아, 유럽 등 외국 작가이면서 외국 작가와 교류하는 등 큰 이점이 있었다고 했다.

20대 예술가 A씨는 "대학 졸업과 동시에 스튜디오로 들어갔는데 수많은 선배와 선생님들이 거쳐간 공간에서 작품 활동을 매진할 수 있다는 뿌듯함이 컸다. 먼저 활동하고 계시던 작가와 1년 동안 함께 전시와 워크숍도 하고 지역 주민과의 교류도 컸다"며 "외국작가들이 있다는 것도 이점이었다. 해외에 나가지 않는 이상 외국작가와 교류할 일이 크게 없는데, 이곳에서 소통하면서 시각을 넓힐 수 있었다"고 했다.

공간이 도심 외곽에 있다는 장점도 뚜렷했다. 시내와 거리가 멀어 이동이 불편하다는 단점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조용한 자연으로부터 받는 예술적 영감이 컸다. 입주 외국인 비율이 높았던 것도 이 같은 이유인 것으로 파악된다.

예술가 B(53) 씨는 "식물을 이용해 진행하는 예술 작업이 가창에서 시작됐다. 가창이라는 청정지역이기에 가능한 작업이었다. 자연 속 레지던시라는 이점이 워낙 컸기에 문을 닫는다는 소식에 상실감이 크다"며 "도시 바깥에 있는 곳에서 생태적인 측면을 바라보면서 소재를 찾는 활동에 훌륭한 공간이었다"고 말했다.

입주 큐레이터(전시 기획 담당)도 1년 간 상주하는 곳이기도 하면서 작가 지원을 넘어 기획자도 양성할 수 있었다. 이곳을 거쳐간 큐레이터들은 "작가들의 작업과정을 1년간 함께 지켜보면서 형식적인 전시 기획을 넘어 작가를 이해한 전시를 기획할 수 있었다"고 했다.

대구문화예술진흥원은 대안 공간으로 대구예술발전소, 수창청춘맨숀 등을 적극 활용하기로 했지만, 예술가들은 레지던시 사업 다변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수성구의 상동 예술촌, 북구의 청문당 등 기초자치단체에서도 도심 내 원룸을 매입하는 레지던시 사업에 적극 뛰어들고 있지만, 획일화된 공간과 프로그램 진행에 그치고 있다는 이유다.

50대 지역예술가 C씨는 "도시 안의 유휴 공간을 예술가 창작 공간으로 쓰는 건 의미가 있지만 모두 비슷한 색깔로 가는 게 문제다. 작가들마다 자신에게 맞는 작업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여러가지일텐데, 원룸 매입 등의 방식은 개성과 예술성을 발휘하기가 쉽지 않다"며 "레지던시 내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다양화하고 청년 이상 작가들도 마음껏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자체가 나서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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