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오락실에서 e스포츠까지

차홍길 아양아트센터 전시기획팀 주임

차홍길 아양아트센터 전시기획팀 주임
차홍길 아양아트센터 전시기획팀 주임

설을 맞아 오랜만에 보는 반가운 친척들과 함께 동네 마실에 나섰다. 평소보다 북적이는 거리의 사람들을 보며 설 연휴를 새삼 실감한다. 식당에서 밥을 먹기 위해서는 대기표를 뽑고 기다려야 하고 특히 카페, PC방에는 더욱 사람들이 붐비는 모습이다.

PC방에서 재잘거리며 나오는 아이들을 보며 나의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 컴퓨터 비디오게임이 나오기 전 1980~90년대에는 동네마다 전자오락실이 있었다. 그곳에는 다양한 전자오락 기계들이 있어 청소년부터 어른까지 오락을 즐기기 위해 모여들었다.

인기가 많은 게임을 하기 위해서는 줄을 서기도 했고, 게임을 잘 하는 친구의 뒤로는 구경꾼들이 몰려들곤 했다. 어려운 난이도를 헤쳐 나가는 광경을 보고 구경꾼들은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작은 오락기 하나에 몰려들어 게임을 구경하던 그 시절을 돌이켜 떠올려보면, 구경만으로도 엄청난 몰입으로 흥미로워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게임 산업의 발전은 예견되어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90년대 오락실은 불량 청소년들이 모여드는 장소로 인식되기도 했고, 게임에 대한 부정적 선입견 역시 만연했었다. 이후 2000년대에 들어서 PC방의 수가 증가하기 시작하며 전자 오락실을 대체했고, 게임 문화 역시 발전을 시작한다. 액션, 스포츠, 롤플레잉 등 다양한 방식의 게임물이 출시되어 큰 파장을 일으키게 되는데 특히 익명의 사람과 전략으로 승부를 겨루는 방식이 호응을 끌게 된다.

그 중 블리자드에서 출시한 '스타크래프트'가 열풍을 이끌었고 그 영향력으로 대규모의 대회뿐 아니라 동네 PC방 내에서도 소규모 대회가 개최될 만큼 대중적인 사랑을 받는다. 이 게임을 시작으로 게임 전문 방송국 채널 온게임넷이 설립되고, e스포츠의 시대가 열리게 된다. 또한 게임 산업의 급격한 발전에 힘입어 프로게이머라는 전문직종이 등장하기도 하며 게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화되고 그 명칭 또한 e스포츠로 변경됐다. e스포츠는 일반적인 스포츠와 달리 육체적 능력보다 정신적인 능력을 우선시하며 비디오게임을 통해 이루어지는 전자 스포츠로 분류된다.

시간이 흘러 e스포츠의 시작점이었던 스타크래프트 세대는 기성세대가 되었다. 현재는 '리그 오브 레전드'와 '오버워치' 등 다양한 게임의 흥행으로 10대부터 프로게이머를 지향하는 학생들도 많아졌다고 한다. 이러한 수요에 따라 프로게이머가 되기 위한 체계적인 강의와 절차를 교육하는 학교와 학원이 생겼을 뿐 아니라 인터넷 게임 방송과 관련된 직업군을 선호하는 학생들도 많아지고 있는 추세다.

어느 동네에나 위치하던 작은 오락실로부터 시작되었던 놀이가 오늘날 e스포츠가 돼 문화로 자리 잡기까지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 지났다. 이 문화는 접근성이 쉬우며 일상 가까이 있을 뿐만 아니라 인공지능, 건물 가상 구현 등 다양한 분야로 발전하고 있다.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는 게임문화가 다음에는 어떤 새로운 변화를 불러올지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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