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가구 난방비 폭탄 '2천900원→11만원'…가스료 급등에 우는 서민들

"최강한파보다 요금 고지서가 더 오싹"…각종 에너지 가격 급등에 서민들 이중고
러·우크라 전쟁 악재 겹쳐…LNG 수입가 1년새 40%↑
적자늪 가스공사 2분기도 인상
이창양 산업부 장관 "근본적 문제해결 위해선 요금 조정 불가피"

올 겨울 최강 한파와 도시가스 요금 인상 등으로 난방비 폭탄을 맞은 가구가 늘고 있다. 25일 대구 동구의 한 주택에서 시민이 도시가스 계량기를 확인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25일 대구 서구 평리동의 한 다가구주택. 김태수(84)씨가 가스계량기를 가리키며 도시가스 요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성현 기자

올겨울 최강 한파로 전국이 영하권을 기록 중인 가운데 각종 에너지 가격이 급등한 탓에 서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가 올 2분기부터 가스요금 추가 인상에 나설 것으로 관측되고 있어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대구 서구 평리동 다가구주택에서 40년 넘게 거주 중인 김태수(84) 씨는 지난달 도시가스 요금고지서를 받고 화들짝 놀랐다. 자식들을 출가시키고 혼자 거주하는 곳임에도 난방비가 11만5천40원이나 나왔기 때문이다. 불과 두 달 전까지만 하더라도 난방비가 2천910원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충격은 컸다. 전년도 같은 달(2021년 12월)과 비교해 사용량은 10% 줄었지만 요금은 21%나 증가했다.

경북 경산에서 자취를 하고 있는 최시영(22) 씨 상황도 비슷하다. 일찍부터 난방비가 오른다는 소식을 듣고 관리에 나섰지만 막상 청구된 요금은 큰 차이가 없었다. 최 씨는 2021년 12월과 비교해 지난달 도시가스 사용량을 40% 가까이 줄였지만 요금은 고작 15% 줄었다.

최 씨는 "최근 몇 년째 계속하던 아르바이트도 그만둔 탓에 각종 물가 인상이 더 치명적으로 다가온다"며 "생활비를 줄이기 위해 여러 방법을 쓰고 있지만 치솟는 물가를 막을 수는 없는 것 같다"고 푸념했다.

난방비 급증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따라 국제 에너지 가격이 일제히 상승한 탓이 크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LNG(액화천연가스) 수입 가격은 t(톤)당 1천255원으로 2021년 12월 893원과 비교해 40.5% 상승했다. 지난해 국내 LNG 수입액 역시 567억달러(약 70조원)로 전년 대비 84.4% 증가하며 역대 최고액을 기록하기도 했다.

도시가스의 원료인 LNG가격이 상승하자 한국가스공사는 지난해 4월부터 10월까지 네 차례에 걸쳐 주택용 기준 도시가스 도매요금을 42.3%(5.47원) 올렸다. 이에 각 시도별 소매요금도 일제히 상승했다. 한국도시가스협회에 따르면 이달 대구 도시가스 소매요금은 1메가줄(MJ·가스 사용 열량 단위)당 20.65원으로, 전년 같은 달(15.13원) 대비 36.4% 올랐다.

지역난방 가구에 부과되는 열 요금 인상률도 지난해 37.8%를 기록했다. 주택당 난방·온수 사용량을 계량기로 검침해 부과하는 열 사용요금은 지난해 3월 말까지 1Mcal(메가칼로리)당 65.23원이었지만 4월 66.98원, 7월 74.49원, 10월 89.88원으로 잇달아 인상됐다.

향후 전망은 더욱 어둡다. 정부가 올 1분기 전기요금을 13.1원 올려 1981년 이후 42년 만에 최고 인상 폭을 기록한 데 이어 2분기 가스요금도 인상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한국가스공사의 미수금이 2021년 1조8천억원에 이어 지난해 약 9조원으로 추정되는 등 영업손실이 큰 탓이다.

이에 지난해 12월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전기·가스요금 조정안 발표에서 "한전과 가스공사 경영을 정상화하고, 에너지 공급 지속성을 확보하는 등 근본적 문제 해결을 위해선 요금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