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나경원 당 대표 출마 논란이 보여준 정부·여당 정치력 부재

나경원 전 의원이 올 3월 열리는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자신의 출마가 분열의 프레임으로 작동하고, 국민들께 안 좋은 모습으로 비칠 수 있어 당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출마를 포기한다는 것이다.

나 전 의원의 당 대표 도전 움직임 과정에서 국민의힘과 대통령실이 보여준 모습은 이해하기 어렵다. 당원 지지율 1위를 달리던 나 전 의원은 대통령실과 친윤 핵심 인사들의 강한 불출마 압력을 받았다. 13일에는 나 전 의원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 사직서를 제출하자 윤석열 대통령은 사표 수리 방식이 아닌, 나 전 의원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과 기후환경대사직에서 해임하는 강수를 뒀다. 징계를 한 것이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 50명이 연명으로 성명서를 내고 나 전 의원에게 "대통령께 사과하라"고 요구하는 볼썽사나운 일도 발생했다.

나 전 의원은 당 대표에 도전할 뜻이 있었다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을 맡지 않았어야 했다. 장관급인 부위원장은 대통령의 지휘를 받아 인구·저출산 대책을 세우는 중요한 자리다. 취임 석 달도 안 돼 당 대표 선거에 나가려고 했으니 처신이 적절치 않았다. 마찬가지로 집권 여당이 세련된 정치력을 보이기는커녕 나 전 의원에게 십자포화를 퍼붓는 거친 모습을 보인 것도 실망스럽다.

정치권에서는 정책뿐만 아니라 자리와 출마를 놓고 갈등이 있기 마련이다. 이것을 막후에서 조정하는 것이 정치다. 하지만 나 전 의원 출마 논란 과정에서는 이 모든 파열음이 국민들에게 생중계하듯이 터져 나왔다. 이번뿐만이 아니다. 이준석 전 대표 징계 과정도 매끄럽지 못했다. 내부 소통도 조율도 정치도 없었다. 이런 모습으로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는 없다. 그나마 나 전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며 선당후사(先黨後私)를 밝힌 것은 다행이다. 출범 8개월 보름이 지났지만 윤석열 정부는 아직도 '정치력 부재'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다. 국가 최고 권력층의 '아마추어적 모습'은 결코 신선함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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