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너무 힘들어서 안 하려고 그랬어요. 우리나라에서 내 음악이 안 맞는구나, 그런 생각을 많이 했죠."
40년 넘게 마이크 앞에 선 노 가수에게 음악은 거머쥐기에는 뜨겁고, 놓기에는 마음 한쪽이 저린 애증의 대상이었다.
포크와 트로트 위주의 가요계에서 진한 발라드곡으로 1980년대를 풍미한 가수 이광조(71)가 올해 3월 자신의 노래 인생을 응축한 45주년 기념 콘서트 '나들이'를 연다.
이광조는 19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연합뉴스 기자를 만나 오랜만에 관객과 함께하는 나들이를 앞둔 소감을 들려줬다.
자선행사 성격의 소극장 공연을 제외하고 이광조가 단독 콘서트를 여는 건 2015년에 이어 약 8년 만이다. 음악이 벅찼고, 팬들이 실망할까 두렵기도 했다.
이광조는 공연을 쉬는 동안 조바심을 느끼는 대신 세월이 흐르는 것을 관조하며 좋은 무대가 오기를 기다렸다고 전했다.
그 시기를 '기다림의 연속'이었다고 요약한 그는 사십년지기이자 지난해 함께 어쿠스틱 음반 '올드 앤드 뉴'(Old & New)를 발매하기도 한 기타리스트 함춘호와 손잡고 무대에 오르기로 했다.
"공연하려고 했으면 조그만 곳에서도 할 수 있었어요. 그래도 아무렇게나 공연할 순 없어서 미루고 미뤘는데 이번에 좋은 기회가 왔죠."
이광조는 그동안 공연하지 못한 아쉬움을 해소하듯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 '세월 가면'부터 미국 팝스타 글로리아 게이너의 1978년 히트곡 '아이 윌 서바이브'(I Will Survive)까지 폭넓은 세트리스트를 준비하고 있다.
'아이 윌 서바이브'는 걸그룹 아이브가 '애프터 라이크'(After Like)에서 샘플링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광조는 "뉴욕의 스윙 재즈 스타일 곡들이나 이번에 새로 녹음한 노래들도 함께 부를 계획이다. 앙코르가 10번 이상 나왔으면 좋겠다"며 미소 지었다.
설렘만큼 부담감도 크다. 그는 관객이 가득 찬 무대에 올랐는데 노래가 안 나오는 악몽도 꿨다고 전했다.
"무지무지하게 떨려요. 공연을 앞두고는 베테랑이고 뭐고 없는 것 같아요. 해야 할 일이니까 해내야 하는 거죠."
앞서 이광조는 이번 콘서트 개최 소식을 알리며 '어쩌면 마지막일 수 있는 이번 콘서트'라고 소개했다.
그는 "소리가 지저분하게 나오면 그때는 안 하려고 한다"며 "깨끗하게 노래 부를 수 있을 때까지만 버티고, 깨끗하게 끝내고 싶다"고 말했다.
"더 늙어서 음악을 막 해버리고, 사람들에게 막 보이려고 하는 건 안 좋다고 생각해요."
40년 넘게 외길을 걸어온 베테랑에게 점점 입지가 줄어드는 발라드를 부르는 후배들을 위한 조언이 있는지 물었다.
이광조는 "할 줄 아는 게 그것밖에 없으면 그것을 죽어라 하고 해야 한다"고 답했다.
"저도 지금 할 줄 아는 게 이것밖에 없어서 이것만 해요. 그러니까 한 가지를 열심히 해서 장인이 되는 수밖에 없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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