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26일 북한 무인기가 서울 상공을 휘젓고 다닐 수 있었던 것은 무인기 대응을 위한 군의 3대 정보 전파·공유 시스템이 먹통이었기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 결과 무인기 침범 상황은 40분 가까이 지난 뒤에야 일반 유선전화로 다른 부대에 전파됐다. 이는 실전 상황이었다면 서울 용산 대통령실을 포함해 주요 전략 거점은 북한 무인기의 공격에 초전 박살 났을 것임을 뜻한다.
합동참모본부의 북한 무인기 관련 전비 태세 검열 결과 전·후방 부대에 상황 전파용 긴급 통신망인 방공 부대의 '고속지령대', 대응 작전 실행을 위한 '고속상황전파체계', 북한 도발 정보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대응하는 '군사통합정보체계'(밈스·MIMS) 모두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육군 1군단 예하 방공 부대가 지난달 26일 오전 10시 19분 군사분계선(DMZ)을 향해 날아오는 미상(未詳) 항적을 포착해 6분 뒤 무인기로 식별하고도 오전 11시 5분에야 대응 작전을 수립하는 지상작전사령관에게 유선전화로 알리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고, 공군작전사령부의 무인기 대비 태세인 '두루미'의 발령도 그보다 더 늦은 낮 12시 전후로 늦춰졌다.
묵과할 수 없는 무능이다. 철저히 책임 소재를 가려 문책해야 한다. 군 당국은 초기 상황 판단 잘못과 늑장 보고, 전파 체계를 활용하지 않는 등의 책임을 물어 영관급 장교 등 실무자들을 '과오자'로 추린 데 이어 1군단장, 공군작전사령관, 수도방위사령관, 지상작전사령관 등 4명의 고위 장성도 지휘 책임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지휘관 징계는 군 지휘 체계를 흔들어 결과적으로 북한을 이롭게 할 수 있다'며 지휘 책임 문책에는 부정적이다. 국방에 큰 구멍이 뚫렸는데 잘못한 사람은 없다는 소리 아닌가. 이렇게 어물쩍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 이런 제 식구 감싸기는 군을 약골로 만들 뿐이다. 우리 군의 장성들을 두고 'X별' '군복을 걸친 샐러리맨'이라는 비아냥이 왜 나오겠나. 이런 군대를 어떻게 국민이 믿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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