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광장] 새해 결심이 무너진 당신에게

사공정규 동국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학박사)

사공정규 동국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학박사)
사공정규 동국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학박사)

'새해 결심'(new years resolution)을 하셨습니까. 지난 3년간 코로나19와 사투(死鬪)를 벌인 상황 후에도 '새해 결심'을 한 당신을 응원한다. 비록 코로나19로 우리의 일상이 송두리째 변했지만, 명확한 목표가 있는 사람이 목표가 없거나 구체적이지 않은 사람보다 훨씬 좋은 성과를 보이기에 '새해 결심'을 하는 것이 좋다.

갈등이론의 대가로 2005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메릴랜드대 토머스 셜링 명예교수도 새해 결심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놓고 갈등할 때 "할 것인가"로 결정하라는 것이 갈등이론의 핵심 이론이다.

당신의 새해 결심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아마도 지금쯤이면 새해 결심이 '작심삼일'(作心三日)로 끝나고 포기했을 수도 있겠다.

새해 결심이 무너진 당신에게 뇌 과학은 너무 자책하지 말라고 위로를 건넨다. 미국 UCLA 의과대학 로버트 마우어 교수에 의하면, 새로운 결심이 무너지는 것은 뇌의 '방어 반응' 때문이다. 급격한 행동의 변화는 뇌의 입장에서는 오랜 세월 유지했던 행동을 방해하는 것이므로 거부감을 보이는 '방어 반응'을 불러일으킨다. 즉, 안 하던 공부나 운동을 갑자기 하면 뇌는 마치 "호랑이 같은 맹수가 나타났다"고 느끼고 '방어 반응'이 작동되는 것이다.

우리가 마음을 먹고 어떤 실천을 한다는 것은 뇌의 입장에서는 익숙하고 편안했던 패턴에서 벗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뇌가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아드레날린(adrenaline)과 코티솔(cortisol)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된다. 이 호르몬들이 스트레스를 대항할 수 있는 힘은 안타깝게도 3일 정도밖에 지속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어쩌면 '작심삼일'은 일반적이고 정상적 반응이다. '작심삼일'이 되었다고 해서 '의지 박약자'라고 자책할 필요는 없다. 뇌 과학과 마음의 원리를 모르는 것일 뿐이다.

새로운 변화가 새로운 습관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뇌가 새로운 변화를 기억해야 한다. 뇌가 새로운 변화를 기억하려면 최소 3주간 새로운 일을 꾸준히 계속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단기 기억으로 입력된 정보가 뇌 전체에 정착됨으로써 중기 기억으로 이행 저장되어, 새로운 변화가 새로운 습관 회로로 바뀔 수 있는 기초가 마련된다.

새해 결심, 새로운 행동의 변화, 즉 좋은 습관을 들이기 위해서는 반복되는 도전과 인내의 시간이 필요하다.

전래동화 '3년 고개'를 인용(引用)한다. 넘어지면 3년밖에 살지 못한다는 어느 산골 마을, 그 고갯길에서 넘어져 깊은 고민을 하고 있는 할아버지가 있었다. 할아버지의 깊은 고민을 본 손자가 "계속 넘어져 넘어질 때마다 계속 3년의 생명을 연장할 수 있지 않느냐"고 알려준 고정관념을 깬 역발상이 있는 반전의 이야기이다. 당신의 새해 결심이 '작심삼일'이 되었다면, 또 '작심삼일'하면 된다. '작심삼일'을 7번 반복하라. 3일을 7번 반복하면 21일이 된다. 21일이 되어야 뇌 변화의 기초가 마련되고, 더 나아가 평균 66일이 되어야 비로소 새로운 습관 회로가 만들어진다고 한다.

당신의 새해 결심, 실패했을 때 끝나는 것이 아니라 포기했을 때 끝난다. 반드시 이루어지는 인디언 기우제처럼 성공할 때까지 반복하자.

자책하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뇌의 '방어 반응'을 잘 달래면서 반복을 통해 습관을 잘 들이면 된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계획대로 목표에 다다른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2023년 계묘년(癸卯年)에는 뇌 과학과 마음의 원리를 알고 새해 결심을 이루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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