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칼럼] 135일의 기적, 포항 미래 밝힌다

김병구 동부지역본부장
김병구 동부지역본부장

포스코 포항제철소가 태풍 힌남노(2022년 9월 6일) 피해 이후 135일 만인 지난 20일 공장 가동을 완전 정상화했다.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최대 1년, 최소 6개월이란 민관의 복구 시일 관측을 훨씬 뛰어넘는 기적 같은 일이다.

여기에는 국민 기업이란 상징성, 퇴직자·협력사 등이 일심동체가 된 노력, 동종 업계 파트너십 등의 요소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초 포항제철소 주요 설비가 대다수 물에 잠기자, 포스코 관계자들은 해당 부지 또는 다른 부지에 제철소를 새로 짓는 방안까지 검토했다고 한다. 침수 피해가 복구에 버거울 만큼 컸기 때문이었다. 실제 장기적 관점에서는 신규 건설이 낫다는 의견이 꽤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민영화에도 불구하고 국민 기업이란 포스코의 상징성을 외면할 수 없었기에 시일과 비용이 한계치를 넘더라도 원상복구를 해야 한다는 최종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효율성보다 상징성을 더 고려한 셈이다.

여기에 그룹사와 협력사뿐 아니라 퇴직 직원까지 가세, 한마음으로 복구에 매진한 것이 정상 가동 시기를 당초보다 두 달 이상 앞당긴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포스코 직원들은 설비 핵심인 압연기용 주모터(최대 170t)를 폐기하고 새로 구입하는 대신 직접 분해하여 씻고, 조립해 가동 정상화를 앞당기는 데 앞장섰다. 본사·협력사 직원을 비롯해 지방자치단체, 해병대, 시민 등 연인원 140만 명 이상의 땀이 함께 일군 기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성싶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은 동종 철강업계의 파트너십이다. 광양제철소는 물론 경쟁사인 현대제철, 일본제철, 나아가 인도 철강회사까지 복구 장비를 적극 지원해 준 것도 큰 도움이 됐다. 특히 인도 JSW사는 자사 열연공장용으로 제작 중이던 모터 설비를 선뜻 포스코에 내줘 제철소 최대 규모의 제2열연공장 복구에 큰 힘을 보탰다. 진정한 동업자 정신이었다.

그 결과 지난 설 명절부터 포항제철소 야간 경관조명(세계 최장·5.8㎞)이 켜져 포스코와 포항의 희망의 빛을 뿜어내고 있다. 다행히 올해 상반기 중 열연강판 등 원재룟값 상승에 따른 글로벌 철강 가격이 반등할 조짐도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항제철소 태풍 피해 여파는 여전히 포항 경제 전체를 어둡게 하고 있다. 포스코는 태풍 직전부터 지금까지 6개월 동안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고, 협력사들은 더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포항시와 포스코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대립과 갈등의 불씨를 끄고, 희망과 상생의 불빛을 밝혀야 할 시점이다. 그 단초는 바로 지난해 양측이 합의한 포스코 지주회사(포스코홀딩스) 주소지 및 미래기술연구원 본원 포항 이전이다. 다음 달 이사회에 올린 이 안건을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압도적으로 통과시켜야 할 책무가 포스코 경영진에게 있다.

포스코와 포항이 모두 사는 길은 협력과 화합뿐이다.

채헌 (재)포항테크노파크 전략사업기획팀장은 최근 펴낸 책 '포항과 포스코'(도서출판 나루)에서 "포항 시민 3분의 1은 포스코와 인연을 맺었다"며 "포스코와 포항은 서로 협력하는 관계를 넘어 운명 공동체"라고 했다. 채 팀장은 그러면서 "포항시의 행정력, 포스코의 자본과 네트워크, 포스텍의 연구개발 역량을 한데 모은다면 포항의 새로운 도약을 일굴 수 있다"고 장담했다.

포스코와 포항시가 두 손을 꼭 잡는 순간, 포항과 경북의 미래가 활짝 열릴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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