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아이콘 바흐

배원 첼리스트

배원 첼리스트
배원 첼리스트

독일 라이프치히의 한 교회로 향하는 한적한 길. 저 멀리 맑고 청명한 트럼펫 소리가 울려 퍼진다. 잇따라 밝고 명쾌한 현악기와 합창 소리가 주일 아침을 연다. 라이프치히 성 토마스 교회의 새로운 음악감독(칸토르),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의 부임 첫 주일 아침이다. 그는 '마음과 입과 행동과 삶으로' 칸타타와 함께 새 마음 새 다짐으로 새 출발을 열었다.

나는 바흐를 떠올리면 서양음악 역사 속 큰 인물이지만 선생님 같은 친근함이 든다. 그의 다양한 작곡양식을 통해 탄생한 작품들은 후대 많은 작곡가들에게 영향을 끼쳤고 그의 수 많은 작품들이 음악을 배우는 학도들에게 꼭 학습 해야하는 교과서의 역할로 많은 배움을 준다. 또한 그의 섬세하게 정돈된 음악은 우리의 마음을 정화 해주고, 단단하고 담담한 정신이 담긴 많은 작품들은 우리의 내면을 채워주고 위로한다.

음악을 향한 큰 열정과 신념으로 선구적인 음악 세계를 열어준 바흐는 작곡가임과 동시에 후대에 온고지신의 가치를 알려준 좋은 스승이다.

우리는 종종 틀에 박힌 방식과 비슷한 일상이 반복되다 보면 매너리즘이란 덫에 빠지게 된다. 열심히 살지 않은 것도 아니지만 더이상 성장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때 무기력함을 느낀다. 그 시점 무작정 새로운 것을 찾는 것에 눈을 돌리기보다 지난 이야기들을 차분히 바라보자. 온고지신의 마음으로 지난 시간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재구성하여 미래를 계획하는 능력과 노력은 우리를 다시금 성장하게 한다.

문화의 대부흥기 르네상스 시대 후 고립된 시선으로 정지된 매너리즘 속 발현된 바흐의 창작은 새로운 설득력이 되었다. 인간의 감정과 정서를 깊이 통찰하며 동감한 그의 작품은 절망과 갈등 가운데 담담하고 절제된 마음으로 바라봐주며 일으킬 용기를 주었다. 때론 소망과 희망으로 기쁨과 환희를 선사해줬다. 이런 정서적이고 인류애적인 창작의 시작은 이전의 선행된 작품들과의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직업적으로 매일매일 곡을 써내야 하는 장인정신에서 온 작품의 일관성과 더불어 앞으로 새롭게 가야 할 방향을 뚜렷하게 제시한 독창성 '지신(知新)'의 마음이 나에게 감동이 된다.

바흐의 과거를 바라본 새로운 시선과 지나온 것의 가치를 알고 꾸준히 새로운 것을 만들어간 이런 온고지신의 마음은 우리들의 앞으로 나아갈 걸음에도 힘이 된다.

지나간 시간은 흘러 보내지만 그 시간 속에 남아 나를 움직이게도 하고 멈추게도 한 걸음들을 되짚어보자. 흘러보낼 것과 깊게 파고들어야 할 것을 구분하면 묻혀있던 성장의 씨앗이 다시금 보이는 것 같다.

지금 이 순간 고립된 시선과 정지된 생각 속에 갇혀 있는 나와 그 누군가에게, 바흐와 공자와 같은 지혜의 선인들은 같은 말로 전해준다.

따뜻한 마음으로 과거를 바라보고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온고지신'의 지혜를 본받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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