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과 끝'은 가장 가깝게 있다. 새삼스럽게도 이것을 얼마 전에 깨닫게 됐다. 설레는 새해를 기다리는 것이 행복했다. 뭔가 아쉬움으로 가득한 한해를 빨리 마무리하고 싶었다.
그러나 2022년 12월 30일, 2023년 새해가 시작되기 얼마 남지 않았을 무렵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 뼈가 녹아내리는 듯한 통증이 몰려와 제정신이 아니었다. 정작 아파보니 코로나 확진 선배님들이 새삼 공감이 되었다. 얼마나 아팠을까? 어찌 보냈지? 여러 가지 마음이 느껴지면서 깊이 공감해 주지 못한 것이 못내 죄스럽게 다가왔다.
아픈 자리는 항상 성숙이라는 친구가 기다린다. 아파보니 나를 위한 시간을 갖게 되었고 그동안 연락하지 못했던 고마운 사람들에게 문자를 보낼 수 있는 여유도 생겼다. 이참에 나의 일기를 펼쳐보았다. 일종의 일일 기록이다. 기록에서 나타난 나의 성향은 누군가와 지속해서 비교하는 습성이 있다. 자신의 감옥을 만들어 스스로 그곳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을 종종 발견한다. 어느 날 법정 큰스님의 법문을 듣다가 눈을 번뜩이게 하는 내용이 있었다. "누군가와 비교 하면 상처만 남는다. 정작 비교할 대상은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다"라고 스님은 말씀하셨다.
순간 멍해지는 느낌이었다. '그래, 그동안 나 자신에게 무슨 일을 한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와 지금의 나를 비교 할 수 있는 방법의 하나가 기록이다. 요즘 많은 사람이 글을 쓴다. 또 잊지 않기 위해 영상과 각종 포털사이트에 기록을 한다. 타인이 보고 또 이어 글을 쓰거나 느낌을 표현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타인이 나에 대한 평가를 부정적으로 한 기록은 자꾸만 눈이 간다. 눈만 가느냐, 아니다. 마음도 따라간다. 그것이 사람을 고통스럽게 한다.
우연히 대구교육박물관에서 발행한 '재난을 물리친 슬기'라는 소책자를 보다가 속표지에 마음을 울리는 글이 수록돼있었다. "지금 일어나는 일을 잘 기록하는 것, 기록된 경험을 잘 보존하는 것, 그리고, 기록을 통해 잘 재현하는 것, 이것이 역사입니다." 참으로 단정한 글이다. 또한, 조용히 우리에게 다가와 다정하게 타이르는 듯하다.
역사가 있기에 지금 우리가 존재한다. 유구한 역사는 후대의 사람들에게 본보기가 되어 참된 지혜를 전한다. 나는 후배들에게 무엇을 남길 것인가? 생각해보게 된다. 하지만 생각만 하기에는 너무 복잡하고 실마리가 잡히지 않는다. 그때 올바른 기록이라는 것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 나 자신을 정리하는 기록은 항상 변한다. 그리고 변화하려고 노력한다. 장기계획, 단기계획, 작년에 이루지 못한 일, 앞으로 지속해서 노력해야 하는 것 등 짜임새 있게 작성하다 보면 어느새 '나'라는 사람을 좀 더 잘 알게 된다. 아울러, 부족함까지도 흔연스럽게 수용하게 된다.
상대성이론을 발견한 아인슈타인이 가장 아끼는 것이 종이와 만년필이라고 했다. 항상 그것을 휴대하고 다니면서 생각날 때마다 기록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기록은 곧 현실이 되었다. 바른 기록을 한다는 것은 매일 자신을 스스로 들여다보는 것이다. 이 세상에 남긴 우리의 친절한 마음 흔적이 될 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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