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은 기본적으로 독자를 설득해야 한다. 설득력이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글의 구조와 전개 방식이 중요하다. 그리고 묘사, 서사, 설명, 논증 등의 다양한 서술 방법을 사용한다. 특히 묘사는 대상의 특징을 마치 그림으로 그리듯이 본질을 전달하는 방법이다.
음악도 마찬가지다. 어떤 음악을 들었을 때 머릿속에 그림이 선명하게 그려진다면 그 묘사는 성공한 것이다. 묘사는 공간적인 배경뿐만 아니라 대상의 외모와 심리에 이르기까지 대상을 구체적이고 입체적으로 드러내며 현실에 실재하는 공간과 인물로 만들어낸다.
케텔비(1875-1959)의 '페르시아의 시장'은 동양적인 음계로 사람들이 가득한 시끌벅적하고 복잡한 시장의 풍광을 묘사한다. 합창과 금관악기, 타악기가 강렬한 리듬과 회화적인 선율로 낙타의 행렬과 웅성거리는 소음, 구걸하는 거지, 시종을 거느린 공주의 행렬, 뱀 부리는 사람들, 칼리프의 행차 등, 단숨에 페르시아 시장의 환상적인 풍경을 눈앞으로 불러온다. 이 외에도 케텔비는 '중국 사원의 뜰'에서 나타나는 징 소리와 스님들의 웅장한 염불 소리 등과 같이 동양을 테마로 하는 대중적인 묘사로 인기를 얻었다. 케텔비의 곡은 주로 묘사에 치중한다. 그는 이러한 인상적인 묘사를 통해 아시아의 신비로움과 낭만성을 들려주며 서구인들의 동양 취미를 자극하고 이들이 추구하는 취향에 영합해 사랑을 받았다.
발트토이펠(1837-1915)의 '스케이트 왈츠'는 얼음 위를 부드럽게 미끄러져 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린다. '스케이트 왈츠'는 얼음을 지치고 노는 모습이 아니라 얼음 위를 미끄러지며 춤추는 모습을 묘사한다. 먼저 호른이 추운 날씨와 잘 닦인 빙판을 묘사하면 바이올린이 화려하고 쾌활한 점프를, 트럼본, 튜바 등의 관악기가 생동감 넘치는 선율과 리듬으로 스케이트 장의 즐거운 분위기를 표현한다. '스케이트 왈츠'를 들으면 도심의 공원에 만들어진 스케이트 장과 그곳에서 스케이트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이 저절로 떠오른다. 발트토이펠의 '여학생 왈츠' 또한 상큼하고 발랄한 여학생들의 모습과 행동거지를 묘사하며 유쾌함을 선사한다. 이 곡들은 빈 필의 신년 음악회에서 비엔나 왈츠와 함께 자주 연주된다.
쇼팽(1810-1849)의 '강아지 왈츠'는 연인 상드가 기르고 있는 강아지가 자기 꼬리를 따라 빙글빙글 돌며 장난치는 모습을 섬세하게 그린다. 1분에 불과한 짧은 곡이지만 쇼팽의 왈츠 중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곡이다. 묘사가 매우 뛰어나 잠자던 감성이 화들짝 깨어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 외에도 생상(1835-1921)의 '동물의 사육제' 5곡 코끼리는 육중한 무게를 지닌 코끼리의 발걸음을 콘트라베이스의 저음으로 묘사한다. 새끼를 발견하고 달려가는지 걸음은 무거우면서도 경쾌하다. 13곡 백조는 2대의 피아노가 연주하는 아르페지오 위에 첼로의 선율이 얹혀 호수 위를 우아하게 떠가는 백조를 그린다. 묘사는 지식을 관념으로 전달하지 않고 시각적인 표현으로 전달하기 때문에 독자와 관객의 공감을 쉽게 얻어낼 수 있다.
서영처 계명대 타불라라사 칼리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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