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각과 전망] 민심보다 윤심, 명심이 더 중요한가

신문국 부국장
신문국 부국장

새해 들어 수많은 가정이 난방비 폭탄을 맞았다면서 아우성이다. 곧 날아들 고지서를 생각하면 걱정이 앞선다. 통상 12월보다는 1월에 더 추운 날이 많아 난방 수요가 높고 그만큼 사용량도 많아진다. 전기료마저 대폭 인상될 예정이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치권은 네 탓 공방만 벌여 국민을 화나게 한다. 대통령실과 여당은 2021년부터 국제 에너지 가격이 치솟았는데도 전임 정부가 뭉개는 바람에 윤석열 정부가 난방비 인상 부담을 떠안았다고 주장한다. 야당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에너지 대란이 예고됐는데도 제대로 대비하지 않은 현 정부 탓이라고 반박한다.

해가 바뀐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여야는 여전히 대치 상태다. 민생은 뒷전인 채 정쟁만 벌인다. 총선이 1년여 앞으로 다가온 영향도 있다. 국회의원들은 공천권을 쥔 '주군'의 눈에 들기 위해 줄서기에 일찌감치 나섰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진흙탕 싸움을 벌인 국민의힘은 조금은 정리됐지만, 후유증은 크다. 당권 경쟁으로 내홍이 깊어졌다. 국민의힘의 목표는 내년 총선 승리다. 국회 권력이 없는 절반의 정권 교체로는 성공한 정부와 정권 재창출은 어렵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가장 빈번하게 나오는 단어는 '윤심'(尹心·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이다. 당 대표 경선에서 재임 대통령 의중이 논란이 됐지만 이번처럼 노골적인 경우는 드물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도 국민을 한숨짓게 한다.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의 리스크를 극복하기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모든 행동이 이 대표 구하기로 비친다. 이 대표를 병풍처럼 둘러싼 당 지도부와 국회의원들을 보면 민주당이 변화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재명 지키기' 아니면 침묵하는 분위기만 감지된다. 이 대표가 사법 리스크를 뚫고 총선에서 공천권을 행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명심(明心·이재명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고 있다.

대구경북 국회의원들은 여전히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매일신문이 대구경북 지역구 의원 평가 여론조사(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를 한 결과, 대구 지역 국회의원의 의정 활동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대구 시민은 10명 중 4명에 그쳤다. 경북 국회의원의 의정 활동은 평균 50%대의 턱걸이 수준이었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내년 총선에서 큰 폭의 물갈이가 현실화될 가능성도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존재감이 미미한 대구경북(TK) 지역구 의원들에게 "재선 이상 TK 의원들은 다음 총선에서 모두 물갈이해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정치권의 선거제도 개혁은 쳇바퀴만 돌고 있다. 중대선거구제 화두를 던진 윤석열 대통령은 후속 조치에 대해 별다른 말이 없다. 선거법 개정은 회의적이다. 난방비 폭등으로 서민들의 고통이 크지만 정당들은 윤심, 명심에 몰두하며 자신들에게 불리한 개혁에 소극적이다.

'원숭이는 나무에서 떨어져도 원숭이지만 정치인은 선거에서 떨어지면 사람도 아니다'는 우스갯말도 있다. 국회의원들의 지상 과제는 다음 총선 공천이다. 공천권을 가진 권력자의 의중을 외면할 수 없는 이유다. 특정 권력자를 집단적으로 추종하는 정당은 권력자의 부침에 따라 국민의 외면을 받고 정당 존립도 위협받을 수 있다. 민생이 아니라 공천권을 가진 주군의 의중에만 목매는 생계형 정치인들을 또다시 뽑는 일은 비극이다. 민심을 외면하고 윤심, 명심에만 몰두하는 국회의원들은 다음 총선에서 물갈이하는 게 정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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