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대선에서 패배해 검찰 조사 받는다”는 이재명의 궤변

대장동·위례 개발 특혜 의혹으로 28일 검찰 조사를 받고 2차 소환에는 불응할 것으로 예상됐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차 소환에 응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그 논리가 참으로 기괴하다. 죄가 없지만 오라니 가겠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30일 "대선에서 패배했기 때문에 그 대가를 치르는 것"이라며 "패자로서 오라니 또 가겠다"고 했다.

2차 소환에 응하는 것이 대단한 결단이라도 된다는 투다. 죄가 있는지 없는지는 법원이 판단한다. 검찰 조사는 법원의 판단을 받기 위한 필수적 절차다. 누구도 여기에서 예외일 수 없다. 검찰 조사가 부당하다면 군소리하지 말고 검찰과 맞붙어 부당함을 입증하면 될 일이다. 검찰 수사의 부당함이 입증된다면 이 대표의 정치적 미래는 탄탄대로가 놓인다. 그런 점에서 이 대표는 검찰 소환을 쌍수로 환영해야 한다.

대선에서 패배해 검찰 조사를 받는다는 소리는 더욱 황당하다. 대한민국이 선거에서 진 정적을 사법 시스템을 이용해 제거하는 불량 국가라는 소리나 다름없다. 이 대표의 각종 혐의는 성남시장 재직 때의 일이고, 의혹이 표면화된 것은 지난해 민주당 대표 경선 때였으며, 수사는 대선 전에 시작됐다. 어떤 기준으로도 검찰 수사는 대선과 관계가 없다.

이 대표는 28일에 이어 이날도 검찰이 "기소를 목적으로 조작하고 있다"고 했다. 이렇게 검찰 수사를 '정치 보복' 프레임에 가두려고 애쓰는 것은 증거와 법리로는 검찰을 이길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라는 의심만 증폭시킨다. 법률적으로 안 될 것 같으니 사태를 정치적으로 변질시키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것인데 개연성은 충분해 보인다.

민주당은 이 대표의 28일 검찰 조사 후 장외투쟁 입장을 밝혔다. 이 역시 이 대표가 입에 올린 '당당함'과 거리가 멀다. 당당하다면 장외투쟁을 할 일이 없다. 장외투쟁을 하겠다는 것 또한 자신의 혐의에 대한 검찰과의 법률적 다툼에서 자신이 없다는 자인이나 마찬가지다. 이를 포함, 검찰 조사가 시작된 이후 이 대표가 보여온 행태는 스스로 자신의 혐의가 사실이라고 시인하는 꼴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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