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인각사지 송전선로 중단해야

인각사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인각사지에 수상태양광 송전선로 추진, 왕릉뷰 사태 재현 우려

군위 인각사 주지 호암 스님
군위 인각사 주지 호암 스님

지난해 경기도 김포에 있는 장릉 왕릉뷰 아파트 논란으로 전국이 들썩였다. 대한민국 문화재이자 세계유산을 보호하고자 하는 국민의 의식 수준보다 문화재청의 세계유산 관리 수준이 한참 못 미친다는 비판이 들끓었다.

전문가들은 조선 왕릉 훼손이 계속되면 독일 드레스덴 엘베 계곡, 영국의 도시 리버풀처럼 유네스코 세계유산 지정이 취소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경북 군위군도 군위댐 수상태양광사업을 추진하면서 군위 인각사 문화재보호구역에 현상 변경 허가 없이 불법으로 전봇대를 세워 문화재청으로부터 원상복구 명령을 받아 제동이 걸린 바 있다.

군위댐 수상태양광 설치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문화재 훼손 논란이 불거지며 불교계와 군위 군민들의 공분을 샀다.

세계기록문화유산 삼국유사의 산실인 인각사지도 김포 장릉과 같이 사적지로 보호받고 있다.

사적지는 부지 자체가 국가지정문화재이며 그 외곽은 역사문화 환경보전지역으로 보호되고 있다. 문화재는 일단 원형이 변형되거나 훼손이 되면 문화재로서의 가치를 상실하고 문화재 지정이 해제될 수도 있다.

문화재 보호의 기본 원칙은 '원형 유지'이며 문화재보호법은 문화재의 원형이 훼손되지 않도록 문화재를 온전히 보호하는 것이다.

수자원공사는 송전선로 계획을 밀어붙일 계획으로 또다시 현상 변경 허가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재 현상 변경이란 '문화재 원래의 모양이나 현재의 상태를 바꾸는 모든 행위로서, 문화재의 생김새·환경·경관·대지 등 문화재를 둘러싼 주변 환경에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조건이나 현 상태에서 영향을 주는 일체의 행위'를 하는 것이다.

인각사지의 현상은 수많은 백학이 서식한 것으로 전해지는 운치 있는 학소대가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며, 인각사와 어우러질 때 인각사지의 역사적 문화적 가치가 나타나는 것이다.

지금도 주민 편의를 위해 설치된 소수의 전신주와 도로가 위태롭게 인각사와 학소대의 조망을 가르고 원형을 저해하고 있으나 이것은 인내할 수 있는 최소한의 범위에 있는 것이다.

삼국유사의 정신이 깃든 인각사는 군위댐 건설 시 수몰될 뻔했던 위기에서도 군민과 각계각층의 노력으로 댐의 위치를 바꾸며 지켜졌다.

또 삼국유사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되며 보각국사 일연선사가 삼국유사를 집필한 삼국유사의 산실로서 인각사의 역사적 가치가 더 높아졌다.

지난 2019년 인각사지 발굴에서 출토된 공양구가 일괄 보물로 지정되는 등 현재 국가지정문화재 3건과 경상북도지정문화재 3건이 지정됐으며, 현재도 발굴이 계속 진행되고 있다.

삼국유사가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데에는 군위군과 군민, 그리고 불교계를 비롯한 각계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인각사는 보각국사 일연 스님이 몽고 침입 후 민족 문화유산을 남겨야겠다는 일념으로 생에 마지막 5년을 머물며 삼국유사를 저술한 곳이다.

이러한 민족의 정신과 근원이 깃든 인각사는 우리 후손에게 물려준 자산이며 이를 지키는 것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과제이다.

인각사는 1천3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자리를 지키며 민족의 얼을 지켜 왔다. 무엇이 더 중요한 가치인가에 대해 고민해야 할 때다. 한번 잘못 놓인 돌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얽매인다면 이 문제는 영원히 풀지 못한다.

수자원공사는 이제 원점으로 돌아가 얽힌 매듭을 풀어야 하며, 어떠한 경우에도 인각사지를 훼손하는 송전선로 건설은 당장 중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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