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대구 재건축 어떻게 되나

박헌용 신세계아파트(수성1가) 재건축추진준비위원장(투마로우랜드 대표)

박헌용 신세계아파트 재건축추진준비위원장
박헌용 신세계아파트 재건축추진준비위원장

대구의 아파트 미분양 물량은 이미 1만 가구를 넘겼을 정도로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앞으로도 문제다. 대구는 길을 걷다 보면 곳곳이 아파트 건설 현장이다. 수요·공급 예측 부재로 무한정 허가해 준 시 당국이나 한 치 앞도 모른 채 비싼 터를 매입해 허물고 아파트를 지어 대는 건설업체를 보고 있자니 어이가 없다.

이런 가운데 1월부터 재건축 안전진단 관련 규제가 대폭 개선되었다. 안전진단 평가 항목의 구조 안전성 비중을 50%에서 30%로 낮추고 주거 환경 점수 비중은 15%에서 30%, 설비 노후도의 비중은 25%에서 30%로 각각 높인다고 하니 구조 안전에 심각한 문제가 없더라도 주차, 층간소음, 난방·급수 등 배관과 노후 시설로 불편함을 겪던 아파트의 재건축 가능성이 높아져 상당히 고무적이긴 하다.

그러나 단순히 안전진단을 일부 완화하였다고 재건축의 물꼬가 확 풀려서 재건축이 빠르고 쉽게 되진 않는다. 새 아파트는 마구 지으면서 시민에게 절실한 재건축의 앞길을 가로막는 제도는 아직 많다.

우선 재건축의 첫 단계인 정밀안전진단 비용을 시가 우선 지원하고 뒤에 환수받는 방식, 또는 이 비용을 장기수선충당금으로 대체할 수 있게 제도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 현재 조달 방식은 정비업체의 대납 또는 주민 갹출이다. 대충 900여 가구의 정밀안전진단비는 1억 원 중반이 될 것인데, 이 또한 물가상승률에 따라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과거 이 비용을 정비업체가 대납하게 해 재건축사업이 정비업체에 휘둘리는 등 파행을 겪는 사례가 많았다.

보통 재건축사업은 통상적으로 말하기를 10년 정도 걸린다고 하지만 서울 강남구 삼성동 S아파트 경우 2011년 10월 조합 설립 후 2018년 3월 입주까지 딱 6년 5개월이 걸린 사례가 있다. 반면 서울 둔촌 주공은 10년 이상 걸리고도 공사 중단까지 갔다. 시작 단추를 잘 끼워야 격화소양(隔靴搔癢)의 우(愚)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둘째로 불합리하고 소요 기간을 잡아먹는 각종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해야 한다. 다른 개발사업도 마찬가지지만 재건축의 경우 토목, 건축, 환경, 조경, 교통, 경관 등 수많은 관련 위원회 및 허가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런데 담당 부서 검토를 포함, 한 가지 위원회를 통과하는 데만도 몇 달씩 걸릴 수 있다. 수정 보완해 다시 심의위를 개최하면 사안에 따라서는 그 이상 걸릴 수도 있다. 이처럼 불합리하고 까다로운 절차를 개선해야 된다고 본다.

이미 서울시는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이라 해서 재건축 관련 각종 허가에 선행되는 위원회를 같은 날 한 번에 합동 개최하도록 해 재건축 소요 기간을 확 줄이려고 한다. 공공 기여 비율 하향 및 아파트 면적 상향을 통해 사업성을 크게 높여 주는, 적극적인 재건축 지원 정책이다. 또 시공사 선정 시기도 조합 설립 이후 즉시 선정하게 해 열악한 자금 문제를 해소하는 조례를 추진 중이다.

대구도 혁신의 아이콘인 새 시장님의 지휘하에 하루빨리 시행되기를 기대해 본다. 혁신은 혁신 관련 회의 개최만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듯, 시민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시민 삶의 현장에서 소소한 불편함과 문제점을 보듬어 주는 것이 아닌가 싶다.

재건축은 이제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의 당연한 권리이자 필연적 사항임을 인식해야 한다. 대구시의 재건축 방향에 대한 고민과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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